뺄셈의 실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byRyan Choi

살다 보면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알아두면 도움이 되고, 함께 있으면 즐겁고 배울 게 있는 사람. 그런 귀인을 만나는 건 인생의 큰 복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조금 다른 생각도 든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 그건 바로 피해야 할 사람을 잘 걸러내는 일이다.


이건 먹는 것과도 비슷하다. 몸에 좋은 걸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건 먹지 말아야 할걸 가려내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걸 먹어도, 나쁜 것 하나가 몸을 쉽게 상하게 만드니까. 인간관계도 그렇다. 좋은 사람 열 명을 만나도, 나를 갉아먹는 한 사람 때문에 삶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누구를 만날까'만큼 '누구를 피할까'를 생각한다.


여기엔 한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애초에 뻔한 문제에 발을 들이지 않는 능력이다. 세상엔 굳이 손을 넣어보지 않아도 뜨거운 걸 알 수 있는 불구덩이가 있다. 마치 맛보지 않아도 맛을 뻔히 알 수 있는 음식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내가 바꿀 수 있겠지, 난 다를 거야'라는 오만으로 직진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구덩이는 예상대로 뜨겁다.


찍어먹어 봐야 안다는 말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경험이 적을 때는 직접 먹어보고 그 맛을 보면서 배우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럴 시간이 부족하다. 살아온 시간이 쌓이면서,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아는 것들이 늘었다.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소비할 바엔, 애초에 발을 담그지 않는 편이 낫다. 그것이 경험이 알려준, 조금은 씁쓸한 지혜다.


특히 조심해야 하는 건, 만났을 때 이상하게 내가 힘들어지는 사람들이다. 처음엔 이유를 잘 모른다. 그냥 그 사람과 있고 나면 진이 빠지고, 왠지 답답해지는 느낌이 든다. 나쁜 말을 들은 것도 아닌데 마음이 무겁다. 그런 사람과의 인연은 늪과 같다. 처음엔 얕아 보이지만, 발을 들이는 순간 점점 깊이 빠져들어 헤어 나오기 어려워지는 그런 관계다.


나 역시 그런 늪에 빠진 적이 있다. 겉으론 더없이 좋은 관계처럼 보였던 사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만나고 돌아오면 늘 마음이 무거웠다. 대화는 늘 그 사람의 일과 고민으로만 채워졌고, 내 이야기를 꺼내면 어느새 화제는 다시 그에게로 돌아가 있었다. 함께한 시간이 쌓일수록, 나는 채워지기는커녕 조금씩 비어갔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그 경험이 남긴 건 씁쓸함이었지만, 동시에 배움이기도 했다. 어떤 사람이 나를 소모시키는지, 어떤 신호를 조심해야 하는지 몸으로 익혔으니까. 늘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 남을 깎아내려 자신을 세우는 사람, 내 기쁨을 함께 기뻐해 주지 않는 사람. 예전 같으면 그냥 넘겼을 작은 신호가 이제는 선명하게 보인다. 한 번 늪에 빠져본 사람은, 다음 늪도 금방 알아본다.


내가 특히 멀리하려는 건, 나의 꿈과 에너지, 열정을 빼앗는 사람들이다. 함께 있으면 이상하게 의욕이 꺾이고, 하고 싶던 일도 시들해진다. 부정적인 말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가능성보다 불가능을 먼저 말한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는 게 아니다. 다만 그 곁에 있으면 내 안의 무언가가 자꾸 작아진다. 나를 파괴하는 관계라면 굳이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물론 사람을 걸러낸다는 게 차갑거나 계산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지키는 건 이기심이 아니라 건강한 '자기 돌봄'이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순간,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좋은 사람에게 쓸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나쁜 인연은 정리하는 게 낫다. 평정심은 그렇게 지킨 자리에서 온다.


결국 좋은 삶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데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안 맞는 사람을 걸러내고, 그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데서 온다. '무엇을 채울까'만큼 '무엇을 비울까'를, '누구를 곁에 둘까'만큼 '누구를 멀리할까'를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다. 그렇기에 소중한 몇몇과 서로를 아끼며 살 줄 아는 '뺄셈의 분별'은 어쩌면 나를 지키는 가장 값진 능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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