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어라.

온라인 게임생활에서 리듬 찾기

byRyan Choi

얼마 전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새롭게 바뀌었다. 그리고 사람이 바뀌니 기조도 바뀌었다. 어제까지 중요하던 일이 오늘은 뒤로 밀리고, 신경 쓰지 않던 일이 갑자기 맨 앞에 놓였다. 온라인 게임생활을 한두 해 한 것도 아니고, 처음 겪는 일도 아니지만, 막상 이렇게 닥치니 마음이 분주해졌다. 회의실 공기도, 보고서의 결도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어떻게 대응해야 슬기로운 걸까. 요즘은 그 생각만 계속 붙들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라는 곳은 어쩌면 음악이 흐르는 플로어 같은 게 아닐까. 어떤 때는 빠른 음악이, 어떤 때는 느린 음악이 나온다. 클래식처럼 감미롭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다가도, 어느 날은 갑자기 헤비메탈처럼 강하고 거친 멜로디와 빠른 비트가 쏟아지기도 한다. 그 음악을 내가 고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음악 위에 내 몸의 리듬을 얹어 어떻게 춤을 출지는, 결국 나만의 몫 아니겠는가.


음악은 주어지는 것이다. 플로어에 흐르는 곡을 내가 정할 수 없듯이, 회사의 템포도 내가 먼저 정하지 못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같은 곡 위에서 사람마다 전혀 다른 춤이 나온다. 누군가는 허둥대고, 누군가는 멈춰 서고, 누군가는 그 리듬을 타고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나도 우선 하던 것부터 다시 정리해 보기로 했다. 지켜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을 가르고, 그 위에서 새로 갈 길을 찾아보는 중이다.




이럴 때 가장 쉬운 유혹은 남의 춤을 따라 하는 것이다. 새 기조에 잘 맞춰 움직이는 듯한 동료의 동작을 흉내 내고 싶어진다. 그런데 남의 춤을 따라 하면 늘 반 박자 늦기 마련이다. 남을 보고 따라 하는 순간, 이미 그 동작은 지나간 뒤니까. 리듬에 잘 맞는 건 내 몸에서 나온 동작뿐이다. 그래서 남의 스텝을 베끼는 것보다는 나만의 스텝으로 이 음악에 어떻게 올라탈지를 고민하는 편이 더 빠를 수밖에 없다.


답은 결국 내 안에 있다. 누구에게나 본연의 리듬감이 있기 마련이다. 몸에 밴 나만의 방식, 내가 편안하게 잘 해내는 것들, 나만의 기준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기보다, 내 안에 이미 있는 그 리듬을 끌어내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낯선 음악 앞에서 나를 지켜주는 건, 새로 배운 스텝이 아닌, 원래 내 몸에 있던 바로 그 리듬일 테니 말이다.


물론 박자를 놓칠 때도 있다. 새로운 상사의 의도를 잘못 읽기도 하고, 예전 방식대로 했다가 머쓱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고, 내가 이렇게 둔했나 싶어진다. 하지만 한 번 어긋났다고 춤이 끝나지는 않는다. 음악은 계속 흐르고, 다음 멜로디는 어김없이 다시 돌아온다. 중요한 건 한 번도 틀리지 않는 게 아니라, 다시 그 리듬에 올라타는 것에 있다.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을 보면 쉼과 여유를 안다. 모든 박자마다 동작을 넣으려 하면, 그건 춤이 아니라 몸부림이다. 바뀐 기조에 적응하겠다고 모든 일에 과하게 반응하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힘이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한 박자씩 쉬어보기도 한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할 것과 조금 지켜봐도 될 것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멈춤도 리듬의 일부임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렇다고 나만의 리듬을 고집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춤은 혼자 추지만, 플로어는 함께 쓰기 때문이다. 내 리듬이 중요하다고 옆 사람과 막 부딪혀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내 리듬을 지키는 일과 상사와 동료의 리듬을 배려하는 일은 언제나 함께 가야 한다. 특히 흔들리는 시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나만 잘 추겠다고 휘젓는 팔과 다리에, 누군가는 다칠 수 있으니까.


결국 나만의 리듬이라는 것도 반복된 루틴에서 생겨난다. 처음엔 어색하던 스텝도 매일 밟다 보면 어느새 몸이 기억한다. 온라인 게임에서의 새 음악도 아마 그럴 것이다. 지금은 낯설고 버겁지만, 하루하루 나름의 방식으로 부딪히다 보면 언젠가 나의 리듬으로 소화되는 날이 올 거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온라인 게임에서의 나다움이라는 것도 이렇게 매번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쌓인 하루들의 모양이니까.




온라인 게임에서 우리는 늘 누군가의 시선 안에 있다. 새로운 상사도, 동료도, 후배도, 음악이 바뀌는 순간 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다들 조용히 지켜본다. 허둥대는 사람과 본인만의 리듬을 지키는 사람, 그 차이는 생각보다 금방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나만의 리듬을 잃지 않으려 한다. 바뀐 음악에 맞춰 스텝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만, 그 스텝을 밟는 내 몸은 차마 남에게 내줄 수 없으니까.


타인에게는 관대하되, 나의 내면에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성역 하나쯤은 남겨두고 싶다. 세상과는 적당히 섞이되, 나의 본질까지 내어주지는 않는 것. 하루에 단 한순간이라도 오롯이 나만을 위한 준비 시간을 갖는 것. 그마저도 지키지 못한다면,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 아니라 세상이 트는 음악에 끌려다니는 노예일 뿐이다. 음악이 어떻게 바뀌든, 그 위에서 추는 춤만큼은 오롯이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


"네 안에 있는 본연의 리듬감을 끌어내." - <포핸즈> 10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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