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을 드러내면 촌스러워진다.

'스프레차투라'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며

byRyan Choi

학창 시절의 나는 꽤나 노력파였다.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했고, 남들이 다 자는 시간에 문제집을 붙들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본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은 늘 비슷했는데, 그건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안 나온다'는 것이었다. 조금만 집중해도 좋은 결과를 내는 머리 좋은 친구들 앞에서 나는 자꾸만 작아졌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어쩐지 부끄러운 행동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온라인 게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래 일하고 많이 일하는 것을 굳이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리고 그래야 어필이 된다고 믿는 모양이지만, 그렇게 바쁜 척을 하는 사람들은 어찌나 하나같이 요란한지 모르겠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진다. 아마도 거기서 옛날의 내 모습이 겹쳐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정받고 싶어 애쓰던, 그러나 애씀 그 자체를 성과로 오해하던 '그 시절의 나' 말이다.


하지만 결국 내게 남는 것은 '결과'다. 사실 나의 노력을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조금 우스운 데가 있다. 내가 흘린 땀과 눈물은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걸 남들에게 과하게 부풀려 보이기 전에, 결과물이 스스로 말하게 놔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걸 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냐'는 말을 누군가 꺼냈을 때, 나도 모르게 불쑥 짜증부터 솟았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도 같다.


이탈리아에는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은 어려운 일을 오랜 훈련과 세심한 준비 끝에 완성해 놓고도, 마치 아무런 노력 없이 짐짓 자연스럽게 나온 것처럼 보이게 하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나는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마치 누군가에게 위로받는 듯한 묘한 감정을 느꼈었다. 애쓴 티를 감추는 것이 오히려 세련됨을 드러내는 태도였다니! 노력을 부끄러워하는 내 습관이 사실은 세련된 것이었다니!


다만 오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스프레차투라'는 노력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결과 뒤에는 남들이 보지 못한 오랜 노력이 숨어 있다. 무대 위에서 가볍게 도약하는 무용수의 발끝에는 수만 번의 착지가 새겨져 있다. 담백한 문장 하나에는 수십 번 지우고 다시 쓴 흔적이 배어 있다. 결국 자연스러움이란 노력의 부재가 아니라, 노력을 완전히 소화해 낸 자의 여유니까.


그래서 나는 요즘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노력을 감추는 일과 노력을 하지 않는 일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감춰야 할 것은 애쓴 티이지 애씀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티를 내지 않으려면 오히려 더 깊이, 더 오래 노력해야 자연스러워진다. 어설프게 애쓴 사람일수록 그 애씀을 자꾸 밖으로 꺼내 보이고 싶어지는 법이다. 그러니 노력의 티를 감추는 일은 실은 게으름과 가장 먼 자리에 놓여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이다. 얼마나 고생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왜 남겼는지가 더 중요하다. 나 역시도 아직까지 누군가 나의 애씀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고개를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스프레차투라'라는 낯선 단어의 의미를 조용히 떠올려 본다. 힘들게 애쓴 흔적은 스스로만 알아두고, 결과가 스스로 말하게 두는 태도, 그 세련되고 우아한 태도를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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