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객관화의 힘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 멀리 간다.

byRyan Choi

바카라 한 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있다. 딱 그만큼만 아는데,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기 때문이다. 자기가 어디쯤 서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늘 자신이 정상에 있다고 착각한다. 반대로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사람일수록 함부로 단정 짓지 않는다.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사람일수록 목소리가 크고, 자기 객관화가 되는 사람일수록 조용한 이유다.


나는 운 좋게도 진짜 탁월함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사람들을 주변에서 꽤 많이 목격했다. 그리고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은 내게 꽤 좋은 선물이 되었다. 내 머리가 어디까지인지, 내 천장이 얼마나 되는지 일찍 알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엔 좌절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오히려 그것이 나를 편하게 만들었다. 한계를 아는 사람은,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객관화가 되면 인생이 한결 편해진다. 내 능력이 얼마만큼인지 알기에 무리하지 않게 된다. 안 되는 것에 매달려 자신을 갉아먹지 않고, 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은 주눅 드는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정확히 볼 수 있게 해주는 거울을 얻는 일이다. 그 거울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겸손해질 수 있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된 사람에게는 자기 과시가 없다. 그들의 말은 담백하다. 남의 허점을 들춰 우위를 확인하려는 말이 없고, 자기 불안을 가리기 위한 농담이나 험담도 없다. 굳이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그래서 그런 사람이 결국 오래간다. 자신이 충분히 단단한 사람은, 타인을 깎아내려 자신을 세울 필요가 없다.


반면 자기 객관화가 안 된 사람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재료로 삼는다. 자기 기분을 풀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자기 위치를 지키려 누군가를 소모한다. 험담과 과시, 비교와 견제. 그것들이 사실은 자기 불안의 다른 얼굴이다. 단단해 보이려 애쓰지만, 그 애씀이 오히려 그 사람의 빈틈을 드러낸다. 스스로를 붙잡지 못할수록, 자꾸 바깥에서 뭔가를 붙잡으려 한다.


하지만 진짜 단단한 사람은 다르다. 그들은 바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잡는다. 흔들릴 때 누구를 탓하기보다 어떻게 스스로를 추스를지를 먼저 본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자기 자신을 붙잡는 그 힘이 주변의 온도까지 바꾼다. 묵묵히 자기중심을 지키는 사람 곁에서는, 함께 있는 사람도 덩달아 차분해진다. 그것이 자기 객관화가 가진 조용하지만 강력한 힘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인정받고 싶어 슬쩍 나를 내세울 때가 있고, 불안할 때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며 위안을 얻으려 할 때가 있다. 이젠 그럴 때마다 바깥에서 답을 찾기보다 내 안을 먼저 들여다보려 한다. 남을 깎아내려 나를 세우는 대신, 조용히 내 중심을 지키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내가 평생 연습해야 할 가장 어려운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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