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증거가 된다면

말과 글이 아닌, '삶'으로 나를 증명하는 일

byRyan Choi

최근에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 떨어집니다>를 재미있게 보았다. 그 드라마의 마지막 편에서 주인공이 작가에게 던진 날카로운 한 마디가 유독 마음에 남았다. "당신이 쓴 바카라에 그런 힘이 있느냐." 그 짧은 질문이 며칠을 따라다녔다. 누군가의 말이나 글이 진짜 힘을 가지려면, 그 사람의 삶이 먼저 그것을 증명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 그것을 다시 한번 곱씹게 됐다.


인상 깊었던 어느 목사님의 설교를 떠올려본다. 한평생, 말씀을 전하시는 그분의 일생 자체가, 때론 특별한 명설교보다 더 큰 은혜일 때가 있었다. 아무리 정교한 말이라고 해도,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삶이 비어 있다면 그 말은 와닿지 않는다. 그러나 평범한 말이라도 평생 그 말을 지키며 살았던 삶이 있다면 그 무게는 다를 것이다. 결국 말의 힘은 그 사람의 삶에서 나오니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 자주 말과 글로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그럴듯한 문장을 쓰고, 멋진 말을 골라하고, 잘 정리된 생각을 내놓는다. 그것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 한 가지 질문 앞에서 멈춘다. "그래서 너는 정녕 그렇게 살았느냐."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무언가를 가진 진정성 있는 사람일 테니.


부끄럽지만 나는 그 질문 앞에 아직 자신이 없다. 글로는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를 적어왔지만, 정작 내 삶이 그 글을 따라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무리하지 말자고 써놓고는 어김없이 무리하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자고 써놓고는 또 남의 눈치를 본다. 글과 삶이 어긋날 때마다 작은 부끄러움이 쌓인다. 내가 쓴 글에는 아직 충분한 힘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됐다. 진짜 증거는 말이 아니라 삶이라는 것. 누가 화려한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말처럼 살아냈느냐가 중요하다. 화려한 바카라 한 권보다 묵묵히 살아낸 한 사람의 인생이 더 깊은 울림을 준다. 그래서 좋은 말보다, 그 말처럼 사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하다. 결국 가장 강한 글은 '잘 쓰인 글'이 아니라, '잘 살아낸 사람의 글'이다.


언젠가 누군가 내게 그 드라마의 대사처럼 물어올지도 모르겠다. 너는 너의 글에 그런 힘이 있냐고. 지금이라면 자신 없이 고개를 흔들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엔 드라마 속 작가처럼 조심스럽게 답하고 싶다. "그럴지도." 거창하게 잘 살았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내가 쓴 말처럼 살려고 애써왔다고, 그 정도라도 답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내 삶의 흔적과 여정만으로 무언가를 증명할 수 있다면, 더는 말이나 글로 변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떤 고통이 있었다 한들 뒤돌아보며 웃을 수 있을 것이고, 어떤 부족함이 있었다 한들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그 경지로 가기엔 아직 너무 부족하다. 하지만 그쪽을 향해 한 걸음씩이라도 걸어가고 싶다. 결국 가장 정직한 증거는, 내가 살아낸 삶의 시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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