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enough.
삶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나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사람을 거칠게 2가지 유형으로 나눈다면, 스스로에게 늘 부족함을 느끼는 'I'm not enough'와 지금의 모습이 충분하다고 믿는 'I'm enough'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이분법 같지만, 이 두 유형의 사람이 만드는 삶의 편차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 어떤 말을 스스로에게 하느냐가 어떤 삶을 사느냐를 결정한다.
'I'm enough'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삶에는 단단한 평온함이 있다.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기준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현재의 삶에 깊은 만족을 느낀다. 스스로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기에 일상이 평화롭고 여유로움이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만족감은 새로운 도전이나 치열한 성장을 향한 동력을 무디게 만들기도 한다. 평온함은 현실 안주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기에 그렇다.
반면 'I'm not enough'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내면은 늘 시끄럽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들들 볶아대며, 아무리 눈부신 성취를 이루어도 그 만족이 오래가지 않는다. 늘 무언가 부족하다는 결핍감에 시달리기에, 그 삶은 필연적으로 괴로움과 스트레스로 가득 찬다. 하지만 바로 그 지독한 결핍과 불안이 때론 이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엔진이 된다. 지속적인 자기계발과 그 결과물은 대개 이들의 것이 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또한 전형적인 'I'm not enough'의 사람인 듯하다. 남들이 보기엔 그리 이상할 것 없는 궤적을 그려왔을지 몰라도, 내면의 거울은 언제나 나의 부족함과 한계만을 비춘다. 칭찬을 받아도 온전히 기쁘지 못하고, 부족한 부분부터 먼저 찾는다. 무언가를 마치고 나서도 잘했다는 생각보다, 더 잘할 수 있었다는 후회가 먼저 들어선다. 그래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그치는 이 여정은 꽤나 힘들다.
'성장'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얻는 대가로, 매일 스스로를 괴롭히는 형벌을 받는 것. 이것이 내가 마주한 솔직한 현실이다. 발전을 위해 괴로움을 감내해야 하는 이 굴레가 버겁고 고단하다. 하지만 마냥 쉬고 있으면 불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다. 물론 머리로는 안다. 매일 자신을 갉아먹으며 사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도 멈추지 못한다. 멈추는 순간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이제 그만 달리고, 지금의 내 모습만으로 충분하다며 미소 짓는 여유를 부려본다면 어떨까. 간혹 그런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고개를 들 때도 있지만, 평생 'I'm not enough'의 엔진으로 달려온 내가, 갑자기 평온을 얻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뭐 그렇다고 매번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일은 가끔씩 이 결핍의 달리기를 잠시 늦추며 짧은 쉼표 하나 찍어보는 정도다.
치열하게 나 자신을 볶아대며 앞으로 나아가되, 아주 가끔은 지금의 나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며 스스로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일. 내면의 결핍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면서도, 그 불안에 완전히 잠식당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일. 어쩌면 내게 필요한 진정한 성숙은, 'I'm not enough'와 'I'm enough', 이 상반된 두 문장 사이에서 나만의 단단한 무게중심을 잡아가는 과정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부터라도 작은 실천을 하나 해보려 한다. 자기 전 하루에 한 가지씩 내가 잘했던 것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며 죄바카라감 없이 편히 쉬는 것. 더 잘할 수 있었다는 말 대신, 오늘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소리 내어 말해보는 것. 결핍이 나를 달리게 하는 건 맞지만, 충분함이 없다면 오래 달리진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의 여정 그 사이 어딘가에, 내가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자리 하나쯤은 만들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