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나이가 든다는 것과 어른이 된다는 것

byRyan Choi

오늘 교회 설교 시간에 인상 깊은 말씀을 들었다. 이번 주일에 목사님께서 꺼내신 주제는 어른의 존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말씀 중에 인용하신 '노인과 어른의 차이'라는 내용이 설교가 끝난 뒤에도 머릿속에 내내 맴돌았다. 목사님께서는 너무 오래전에 접한 글이라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보니 2017년 국민일보에 실린 칼럼이었다.


"노인이 많으면 슬롯가 병약해지지만 어른이 많으면 윤택해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패하는 음식이 있고 발효하는 음식이 있듯이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노인이 되는 사람과 어른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노인은 나이를 날려버린 사람이지만 어른은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해지는 사람입니다."


"노인은 머리만 커진 사람이고, 어른은 마음이 커진 사람입니다. 노인은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지만 어른은 어린 사람에게도 배우려 합니다. 노인은 아직도 채우려 하지만 어른은 비우고 나눠 줍니다. 노인은 나이가 들수록 자기만 알지만 어른은 이웃을 배려합니다."


"노인은 나를 밟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지만 어른은 나를 밟고 올라서라 합니다. 노인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만 어른은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은 사람입니다. 노인은 겉모습이 늙어가는 것을 슬퍼하지만 어른은 속사람이 충만해지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짧은 글이었지만, 읽는 내내 자꾸 멈추게 되었다. 나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쌓이지만, 노인이 되느냐 어른이 되느냐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특히 이 글이 더 재밌었던 부분은 노인과 어른의 차이를 나이나 외모로 구분하지 않았던 것에 있었다. 배우려는 태도, 채우려는 욕심과 비우려는 마음, 비교하는 습관과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는 것. 그것들은 모두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였다.


결국 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그 사람이 노인이 될지 어른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삶의 방향이 어른의 그것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차가 쌓인다고 자동으로 어른이 되지 않는다. 집에서 아이를 키운다고 하여 저절로 어른스러워지지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시간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가꾸어가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일상을 돌아보면, 그냥 노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되는 순간들이 적지 않다. 후배가 내 방식과 다르게 일을 처리할 때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고, 아이에게 내 기준을 강요하고 싶거나 나와 다른 배우자의 방식에 불편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 순간은 분명 어른의 모습과는 반대 방향을 향해 있었다. 그래서 나이는 들고 있지만, 마음이 그 나이에 걸맞은 어른의 모습만큼 커졌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씩 알아간다. 의식적으로 비우는 연습, 낮아지는 연습, 배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후배에게 한 수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내 방식만이 옳다는 고집을 내려놓는 것, 집에서 아이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 어른이 되는 길은 거창한 데 있지 않고, 일상의 작고 구체적인 순간들 속에 있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40대인 나에게 시간이 조금 더 남아있다는 것이 위로라면 위로랄까. 가만히 부패할 것인지 발효할 것인지, 그저 나이 든 노인이 될 것인지 어른이 될 것인지. 그 선택은 결국 매일의 나의 몫이다. 그 시간 속에서 아주 조금씩이라도 어른 쪽으로 걸어가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다짐이다. 발효되는 삶이 부패되는 삶보다 훨씬 더 향기롭다는 것을, 이제는 분명히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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