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자기 생각이 너무 강해서 문제인 사람과, 남의 생각에 너무 쉽게 흔들려서 문제인 사람. 얼핏 보면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생각해 보면 둘 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모르는 데서 비롯된 문제다. 자기 생각을 갖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살면서 점점 더 느끼게 된다.
남과 다른 생각이라고 해서 반드시 정답이거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내용의 본질을 잃어버리기 쉽다. 자신만의 독창성을 증명하는 데 혈안이 되면, 누가 봐도 합리적이고 타당한 결론 앞에서도 어깃장을 놓거나 자신의 생각만을 무작정 강요하는 일이 생긴다.
아집으로 쌓아 올린 주장은 결국 억지와 과장으로 점철되기 마련이다. 다름을 위한 다름은 통찰이 아니라 고집이다. 그래서 그렇게 버텨낸 주장이 옳은 방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주변 사람들의 에너지만 소모되고, 일의 흐름은 어긋나고, 결국 그 사람만 홀로 남겨지고 마는 것이다.
반대로 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큰 의미를 두고,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신의 생각보다 타인의 반응이 먼저인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 지나치게 기대다 보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이 서서히 무뎌진다.
나 역시 두 가지를 모두 경험했다. 내 생각이 옳다고 믿어 굽히지 않았다가 관계가 틀어진 적도 있었고, 남의 말 한마디가 신경 쓰여 밤새 뒤척인 적도 있었다. 그 두 경험이 공통적으로 남긴 것은 하나였다. 어느 쪽이든 내 중심이 흔들렸을 때 생기는 일이라는 것. 정작 자기 자신을 가장 못 믿는 사람이 나 자신인 경우가 많기에.
그래서 단단한 자기 생각이 없으면 아집이 되고, 유연함이 없으면 고집이 된다. 내 생각을 갖는다는 것이 무조건 남과 다른 의견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나만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관점은 남의 말에 흔들리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야 한다.
하지만, 그 단단함은 닫혀 있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기 생각이 단단한 사람일수록 남의 말에 여유 있게 귀를 기울인다. 남의 말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자기 생각을 가다듬는 재료로 삼는다. 중심이 제대로 잡혀 있는 사람은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곳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나이가 들고 온라인 게임생활의 연차가 쌓이고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바로 이 흔들리는 양극단 사이에서 자신만의 단단한 중심을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는 억지스러운 다름으로 나를 포장할 필요도 없고, 타인의 무심한 한마디에 내 일에 대한 가치와 진정성을 깎아내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자기 생각을 갖되, 그것이 유일한 진실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 남의 말을 듣되, 그것이 나를 정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 그저 해야 할 일의 본질을 직시하며, 흔들림 없이 나만의 보폭으로 걸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수많은 말들이 오가는 치열한 일터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할 가장 성숙한 태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