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한다는 것

그것은 결국 배려의 문제다.

byRyan Choi

말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 풍부한 어휘, 완벽한 논리, 자연스러운 말의 흐름들.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다 보니 그런 게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었다.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데도 듣고 나면 불쾌한 사람이 있고, 말이 다소 서툴러도 듣고 나면 따뜻해지는 사람이 있었다.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를 생각해 봤더니, 그것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문제였다.


말을 잘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표현이 서툰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제대로 깊이 알지 못한 채 말을 꺼내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상대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대화도 문제다. 아는 척, 잘난 척으로 가득 찬 말은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말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상대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지에 달려있다.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없으면 아무리 유창한 말도 공허할 뿐이다.


사람은 원하지 않을 때 머리를 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건 단순한 귀찮음이 아니다. 무언가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는 나의 생존과 직결되는 에너지다. 말이 복잡하고, 두서없고, 핵심이 없으면 듣는 사람은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빼앗긴다. 그래서 내 의사를 명확하게,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배려다. 상대방이 불필요하게 생명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아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상대방이 받아야 하는 것을 전하는 도구이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순서를 반대로 알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쏟아내는 것이 말을 잘하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심지어 말하는 행위 그 자체만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과 마주 앉아 있으면 그건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전달만이 존재하는 지루한 발표를 듣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실수들이 많았다. 옳은 말을 했는데 관계가 어색해지거나 진심으로 한 말인데 오히려 상처를 주었던 경험들. 돌아보면 그건 내용이 아니라, 말의 온도나 타이밍이 문제였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맞는 말이라도 상대방이 힘든 순간에 꺼내면 상처가 되고, 필요한 말이라도 들을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는 소음이 된다. 그렇기에 말이 제대로 전달되려면, 먼저 타인의 입장부터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말을 아끼는 것 또한 배려다. 모든 생각을 반드시 다 말할 필요는 없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반드시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이 오히려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배려가 된다. 말을 삼키는 것도 하나의 언어라는 것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 말을 잘한다는 의미는 '많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말할 줄 아는 지혜, 바로 그것에 있었다.


말은 그 사람이 타인을 향해 얼마나 열려 있는지, 타인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너무나도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태도의 바탕에는 타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다. 내 뜻대로 말하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상대방이 나의 말을 얼마나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 말 잘하는 사람의 진짜 조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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