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앤디파트먼트의 언어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물건을 소개하는 법

by박창선
간결하면서도, 풍성한 느낌.

참으로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같은 표현이지만 이 말이 딱 적합한 것이 디앤디파트먼트의 언어야.


디앤디파트먼트는 일본의 디자이너였던 나가오카 겐메이가 집에서 쫌쫌따리 당근처럼 중고판매를 하던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어. 그리고 순간에 그치는 '예쁜'디자인 말고, 오래가고 진정성있는 '브랜드'에 꽂힌거지.

처음엔 20년 이상의 브랜드만을 큐레이션하기 시작했어. '롱라이프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지.


우리나라의 디앤디파트먼트는 MMMG(밀리미터밀리그램)이 운영하고 있어. 일본브랜드의 국문 번역은 종종 초월적일 때가 많아. 일본 특유의 감성이 국내의 텍스트 정서와 비슷하면서도 이질적이거든.


각설하고,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느낌은 간결과 풍성이었어. 문장을 늘려쓰지 않으면서 [내가 듣고싶은 말들]이 먼저 나온다는 의미야. 물론 디앤디의 언어가 완벽하다며 빨아제끼자는 건 아냐.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붕뜸보다 '땅에 붙어있다'는 느낌이 강했어.


누가봐도 김치국물이 배일 것 같은 매트한 질감의 도자기의 설명이야. '김치..물....'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첫 문장에서 칼차단해주는 느낌이야.


침투하지 않아. 김치를 놔도 세척이 가득해, 우려되면 세라믹 스펀지를 써

지나치게 번잡스럽지 않지만 충분히 확신이 느껴진달까. 그러면서 적당한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있는 문장의 흐름이랄까. 형용사의 쓰임을 봐.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확신을 담은 첫 문장에만 '완전히'라는 강한 형용사를 썼어. 나머지 부분엔 충분히, 살짝 등으로 좀 더 가벼워진 톤이야. 주제문에 확실한 힘을 주는 게 아주 멋졌어. '세척할 수 있지만, 얼룩이' 이 부분은 나눠서 두 문장으로 썼어도 좋을 듯


설명을 할 때 이렇게 3줄 요약을 하는 곳은 흔치 않았어. 그래서 더욱 눈에 띄었달까. 요즘은 AI를 많이 쓰니까 AI 특유의 줄글느낌이 익숙하잖아.


[단순한~A가 아니라 B이며, 다만, 어떠어떠한 것들이 무엇인 이유는 완전한 무엇이기 때문이다.] 라는 식의 호흡이 굉장히 큰 문장들 (마치 미국 리액션같은)이 아닌,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이 있었어. 각 문장은 완전히 역할이 분리되어 있어. 장점3가지를 늘어놓은 게 아니라 제작, 용도, 외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각 문장을 구성했잖아.



대화체의 문구도 흥미로웠어. 약간 무인양품의 질감도 있었어. 이렇게 '질문형태'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건 일본브랜드의 특징이기도 한 것 같아. 두 번째 문장을 봐봐 '있으면서도~ 신선하고~ 있지만~ 주는.'

도치된 형용사구가 들어가는 것도 일본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아. 중요한 건 중반 이후의 문장이야.


[미닫이 서랍을 분리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여러 개를 쌓아올려서 공간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서랍을 열어주면 널찍한 느낌이 들고, 이불을 개어 서랍에 넣으면 다른 용도의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느낌'이 드는 지도 함께 말하고 있어. 사실과 기능 중심의 설명이 많은 우리나라와는 약간 달라. 마냥 감성체로 버무린 성수동 감성과도 조금 달라. 실사용자가 사용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그대로 전한달까. 마지막은 제작자의 희망사항(?)같은 걸 적어놓은 것도 신기하지 않아?


처음에 질문으로 시작했던 것의 대구를 이루는 느낌이야. 간혹 브랜드에서 말할 때 처음엔 대화체로 시작했다가 뒤로 갈수록 갑자기 사용설명서로 변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여긴 끝까지 사람냄새를 유지하고 있거든.


이걸 보면, 브랜드라고 해도 위치나 상황에 따라 언어를 다르게 쓰고 있잖아. 그럼에도 미묘하게 일관된 보이스가 있거든. 대화를 하든, 세줄요약을 하든 단정해. 오바떨지 않고 꾹 누른 느낌이 있어. 근데 정보는 굉장히 팍 찌르는 듯 손에 콱 쥐어주지.


[몇 년이 지나도록 함께하는 물건] vs [지속적인 가치를 느끼게 만드는]

[음식물이 침투하지 않습니다] vs [편리한 삶을 만듭니다]

[널찍한 느낌이 들고] vs [공간 활용이 용이합니다]


앞 부분의 언어와, 뒷 부분의 언어를 비교해봐. 상위 명사로 뭉쳐놓은 장점보다, 소비자의 언어로 찔러넣은 문장들이 더 손에 가깝잖아. 손에 가까워야 읽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