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압박의 시기
나는 요즘 굉장히 비수기야. 일도 잘 안 들어와. 전부 부처님이 오셨네가셨네하면서 굉장히 마음이 들떠 있는 시기야. 5월에는 전부 가정과 강아지에 충실하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아. 일을 하지 않으면 나에게 일을 주지 않고, 일을 주지 않으면 나는 돈이 없어.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절대진리지. 돈이 없으면 생활이 궁핍해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며 위장병이 도지고, 아내와 싸울 일이 많아져. 월세를 내야 되고 대출금도 갚아야 되고 사운드바도 하나 사야하는데 그것을 할 수 없음이 아주 사무치는 거지.
아침에 딱 일어났는데 누가 분무기라도 뿌리고 간 듯한 동남아적 습도와 삭신의 뻐근함을 느꼈단 말이지. 마음 때문에 그런가? 통장 때문에 그런가? 싶었어. 나는 어제 운동도 하지 않았는데 왜 나는 이렇게 쳐맞은 것처럼 온몸이 아픈가. 이런 생각을 하며 창문을 걷어 보니 마치 우리 집 바카라장 위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은 것마냥 온 세상이 흐리멍텅했어. 아 흐리구나.
이젠 하다하다 대자연 마덜어쓰 대기도 나를 짓누르는구나. 낮아진 기압에 뭔가 옹아리져있던 이런저런 고통이 터져나오려 용을 쓰는구나. 이런 나이가 돼버렸구나. 난 늙어버렸구나. 자넨 늙었어. 이런 것들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어.
아니 내가 대기에 변화를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한낱 인간이 짊어져야 할 대자연의 섭리, 숙명, 데스티니인걸. 나 뿐 아니라, 온 우주가 그러할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위로받으며 시지푸스의 심정으로 어찌어찌 출근을 하였지. 출근하면서 사먹는 내 아메리카노에게도 다른 아메리카노가 필요한 수준이야. 기꺼이 견뎌내고 겨우겨우 앉았어. 그런데 아침 9시부터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거야.
왜 이토록 흐린 몸과 흐린 정신으로 피곤을 호소하는 글을 쓰고 있는가? 난 요즘 생각하고 있거든. 내 실력은 예전만 못하고 나이 그런 예전만큼 재밌지가 않아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물량 공세라도 쏟아부어야겠다. 잊혀지지 않기 위한 어떤 일종의 발악이자 황동만이 뒷산에 올라 자기 이름을 외치던 그런 심정과도 같은 목매임이지. 무가치함과 싸우는 느낌이지만, 아주 정확히는 무가치함을 증명하곤 싶은데 존나 귀찮음과 싸우는 느낌. 모두가 자신의 게으름과 싸우고 있다는 게 맞을 것 같아.
오늘은 하루 종일 대기가 나를 짓누를 예정이므로 굉장히 겸손한 자세로 바카라상에 앉아서 다소곳이 젤다 브금을 들으며 일을 할 예정이야. 여러분들은 이런 흐림을 어떻게들 견디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