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AI에이전트가 내 비행기표를 함부로 예약하고, 토큰쓰다 거지가 됐네마네하는 세상이다. 그 와중에 모니터로 보면 글이 잘 안 읽힌다고 수십장을 인쇄해서 넘겨보는 역행적 인재들을 보자. 이들은 '사악' 미끄러지는 마찰음을 애정한다. 갓 구워낸 따끈한 A4용지를 좋아한다. 페이퍼컷에 종종 핏멍울이 맺힐지라도 가로세로를 챡챡 정돈해 45도 각도로 스테이플러를 제대로 박아넣는다. 이들은 종이에 직접 무언갈 적기도 한다. 샤프라는 것이 손에 들려있다. 또는 유니볼이나 stageek 볼펜을 굳이 찾아쓴다(참고로 Stageek은 강추다). 한 다스씩 주문해서 떨어지면 새걸로 교체한다. 심지어 불편한 잉크 리필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도 봤다.(대단해!) 이들은 종종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무지 다이어리를 돈을 주고 사거나, 선물하기도 한다.
무언가가 읽히고 적힌다는 명확한 느낌을 애정하는 것이다. 눈에 걸리고 손으로 그려지는 생각들을 보고 싶은 것이다. 그겨지는 감각, 넘어가는 감각, 사각대는 감각을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너무 미끄러워서 켰는지 껐는지도 모를 전기차 디스플레이같은 유려함이 아니라, 탁탁 걸리며 돌아가는 감각. 켜짐과 꺼짐이 분명한 상태, 내가 어디쯤 봤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손으로 만져지는 그런 감각, 여러분은 이해가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