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을 채우려 일하니?

돈을 벌어, 구멍이만 메우지말고.

by박창선

일의 목적이 여러가지가 있잖아. 돈도 있고, 돈을 버는 것, 또 뭐 돈을 벌고 싶은 사람.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일을 해.


그런데, 종종 굉장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목적으로 일을 하는 분들이 있어. 나쁘다는 얘기가 아냐. 내밀하단 거지. 결핍을 채우는거야. 좋은 일이야. 나의 결핍을 키보드 워리어짓이나 검찰 출두 이슈로 해결하지 않고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해.


이런 사람들은 강해. 일의 원동력이 논리와 합리성, 또는 자산증식에 있지 않거든. 지극히 감정적이고 무의식적이야. 마치 폭발하는 원자로처럼 인정욕구, 불안, 우울, 애정, 통제욕구, 승부욕, 자기연민 등을 일로 승화시켜. 좋은 결과가 나오지. 갈아넣어서 일하거든. 추가근무 수당이나 인센티브, 고성과자로 선정되어 연봉협상 때도 유리할거야.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지. 국가생산에도 이바지하고, 개인적으로도 커리어가 빵빵할 것이야.


물론 부작용도 있을거야.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정치질을 하거나 알랑방구도 뀌어. 지거나 뒤쳐지면 영원히 버려질 것 같아서 이악물고 상위권을 차지하려고 해. 내가 통제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작은 성공에 기뻐하고, 반대로 내 통제를 벗어난 것들을 극도로 두려워해. 또는 내 자존감을 회사이름으로 드높이기도 하지. 조금만 뒤쳐지거나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자바카라하거나 번아웃에 빠지거나, 아니면 집착적으로 회고하고 데이터로 그걸 채우려고 해.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일이라는 행위,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통해 증명하는 거지. 이런 부작용은 보통 타인은 잘 몰라. 스스로 입는 것이거든. 잘 굴러가던 원자로가 터지고 스스로 피폭되는거야.


물론 동료들에게도 약간의 영향은 있을거야. 왜저래?...의아하기도 하고. 협업할 때 크고 작은 마찰과 짜증은 있겠지. 부정적으로 비춰지기도 하겠지만 '일은 잘하는데 좀 독단적이야. 또는 속을 잘 모르겠어. 자기 얘기 잘 안해' 정도의 평가일거야. 대부분은 [일을 빡세게 하는 워커홀릭?] 정도로 포장된단 말이지. 회사에서 인정도 곧잘 받고 핵심인재가 되기도 하니까, 사실 대표나 리더입장에선 살짝만 스위치를 건드려도 반점발현해서 일하는 그들이 기특할거야. 운좋으면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거나, 존경을 받기도 하지. 많은 팔로워수는 부가적인 것이고.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성과는 꾸준히 우상향하지 않고 일로 빛난 것은 그 자리를 떠나는 순간 사라진다는 진실이야. 한 번 나를 증명받은 곳에서 떠나지 못하는 굴레가 되기도 하지. 온라인 게임 뿐이겠어? 사업도 그래. 이렇게 글을 쓰는 행위도 그래. 무언가 삶을 갉아내며 '전부'가 되어가는데에는 이유가 있는거야. 결핍은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했어. 그건 봉하는 거지. 꿰매고 속에서부터 살이 차오르게 거야. 외부에서 한 트럭 쏟아내어 채우는 구멍이 아니지. 이걸 채우느라 우린 잠을 줄이고 밥을 아끼고, 관계를 끊고, 오늘의 피로를 무시해. 계절의 변화, 위로가 필요한 친구, 사라지는 것들과 조금씩 바뀌는 풍경들을 놓치기도 해.


내가 하루 종일 해냈던 이 일들은 내 결핍의 구멍으로 빠져 메아리가 되었을까. 아니면 나의 어딘가에 쌓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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