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시. 무작정 나열하지 말고, 단어를 잘 봐야지.

스타트업을 위한 글쓰기 교실

by박창선

오늘의 사연은 성수동 어딘가에서 온 대표님의 글입니다.

'멤버들이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적어놨는데, 멤버들이 공감을 안해줘서 속상해요.'


37__0000.jpg뿌애앵...



음.. 사실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대표님이 하는 말들은 쉽게 공감하기 어렵긴하죠. 그래서 문장을 살펴보니 아 이게 그 문제가 아니구나. 독일군 암호같은 느낌이 있었어. 공감을 떠나 일단 이해가 먼저니까. 그걸 먼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꼬!!






오늘의 문장

우리의 여정에서 성과와 성장, 희열과 쟁취를 느끼고 그 길에서 레슨런하는 자세가 우리의 성장을 이룹니다.



대략 보아하니 당신이 이 회사에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 지. '태도'를 말하고 싶은가봐요. 근데 여기서 이상한 게 있어. 이상한 게 좀 많아.


우선.


첫번째 문장

우리의 여정에서 성과와 성장, 희열과 쟁취를 느끼고


1. 성과, 성장, 희열, 쟁취 중 '느끼고'와 어울리는 것을 고르시오.(3점)


① 성과를 느낍니다.

② 성장을 느낍니다.

③ 희열을 느낍니다.

④ 쟁취를 느낍니다.


정답은 3번이에요. 나머지 단어들이 함께 묶이는 바람에 목적어와 서술어가 호응이 안되고 있죵? 이게 왜 그러냐면... 머릿속에 좋은 단어들이 너무 많은거야. 너무 많은데 다 쓰고싶어. 다 내꺼!!! 이런 생각이지. 그러니 일단 집어넣긴 했는데... 각 단어마다 어울리는 서술어가 있단 사실을 간과해버린 거에요. 이걸 좀 바꿔보면 이래요.




우리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고 실제로 성과를 냅니다.





두번째 문장

그 길에서 레슨런하는 자세가 우리의 성장을 이룹니다.


앞 문장의 '여정' 때문에 '그 길' 이란 단어가 나온 것 같은데 이렇게 짧은 문장에서 대명사가 나오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레슨런이란 단어는 스타트업에 공공연하게 퍼져있는 단어라 내부인원이라면 쉽게 이해하겠지만 외부로 공개되는 자료라면 단어를 좀 바꿔야 할 거에요. '실패를 통한 배움' 이라고 하면 제일 가까우려나요.




실패를 교훈으로 삼는 자세가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이제 합쳐봅시다. 첫 문장에서 '실제로 성과를 냅니다.' 는 결과에 해당해요. 그러니 가장 뒤로 넘길게요. 성장의 과정을 앞쪽으로 몰아버리자.



우리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고

+

실패를 교훈으로 삼는 자세가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

실제로 성과를 냅니다.


그리고 이걸 좀 다듬어봅시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건 두 가지에요. 과정 자체에 대한 희열과, 실패를 교훈으로 삼는 자세죠. 연결시켜볼게요. 이걸 그냥 연결시키면 안돼요. 문장의 뉘앙스를 잘 보세요. 결국 이 문장이 하고자 하는 말이 뭐에요? 사실상 명령문에 가까워요. 이런 자세를 가져라. 성과를 내라. 이걸 말하고 싶은 거거든요. 이걸 부드럽게 돌려 말할려고 마치 '현상'을 묘사하 듯 적어놓은 거에요. 오히려 이런 시도가 문장을 알 수 없게 만들죠. 청자에게 정확히 지시하는 형태로 바꿔볼게요.




우리는 성장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고, 실패를 교훈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성과를 내야 합니다.



뭐뭐 해야합니다. 라는 지시어로 바꾸고 나니 의미가 좀 더 선명해졌죠?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 지 좀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어요. 물론 듣는 사람은 좀 더 압박감을 느낄 수 있겠네요. 히히..





before

우리의 여정에서 성과와 성장, 희열과 쟁취를 느끼고 그 길에서 레슨런하는 자세가 우리의 성장을 이룹니다.



after

우리는 성장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고, 실패를 교훈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성과를 내야 합니다.








<포인트>


무작정 단어를 나열하지 않기.

지시를 할거면 명확히 지시하는 말투로

두루뭉실한 것보다 대놓고 말하는 편이 더 좋아요.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인지 전후관계를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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