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하고도 슬픈 문장들

-김소연 시인의『수학자의 아침』를 읽고

by김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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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이상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심히 제 옆에 다가와 태연하게 앉아서는 어깨 위로 팔을 툭 하고 올리죠. 그 덕분에 시를 읽다가 심장이 내려앉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곱씹다가 좋아서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시를 통해 위로를 얻는 순간도 많습니다. 제가 수집한 김소연 시인의 구절도 저에게 힘이 되는 문장이었습니다.



잘 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김소연, 「그래서」, 『수학자의 아침』, 문학과 지성사, 2013




저는 텅 빈 공간에 혼자 앉아 전달될 리 없는 말들을 내뱉습니다. 그 말은 벽에 부딪혀 다시 제게 돌아옵니다. 슬픈 생각들은 어느새 다 말라 버려 문장으로 뭉쳐지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말들을 하기로 합니다. 누군가에게 듣지 못하는 말이라면 제가 해주면 되니까요. 저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아 좋다"라고 소리 내어 말해봅니다. 그래요, 저는 아마도 저를 사랑하는 법을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시를 읽을 때면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지면서 마치 제가 그 순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잘 지내라는 말이 너무 처연해서 슬픔이 말라가는 줄도 모르고 멍하니 있는 저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어떤 때는 침대 끝에 걸쳐 앉아 사랑하던 이의 마지막 말을 몇 번이고 되뇌던 어떤 서글픈 날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시는 제 마음속 깊이 박혀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됩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 다시 나를 살아있게 할 테니까요


- 김소연, 「그래서」, 『수학자의 아침』, 문학과 지성사, 2013



안부는 대체로 따뜻하고 다정하지만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난감한 상황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소연 시인의 「그래서」의 문장들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슬픔의 크기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쌀쌀한 바람이 불던 어느 날 「그래서」를 꺼내 다시 읽었던 것은 아마 저의 슬픔을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장들은 저마다 다른 형태와 무게로 제게 찾아옵니다. 아마 여러분도 잊지 못할 문장들이 있으시겠죠? 무심코 내 마음속에 담아둔 문장을 꺼내보는 일, 그러다 문장이 주는 온기에 나도 모르게 모든 감정이 쏟아져 버리는 일, 이런 일들이 있다 할지라도 저는 여러분이 저와 함께 문장을 사랑하는 일에 동참해 주시길 가만히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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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독서관 뉴스레터'를 통해 발행됐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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