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쓰는 나에게 아직도 질문을 던지는 중입니다
나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글쓰기를 전공했으니 일기 매일 쓰니?, 작가들은 일기도 열심히 쓰던데 너도 그래?, 지금까지 쓴 일기장 엄청 많지?"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안타깝게도 난 일기를 쓰지 않는다. 물론 시도해 본 적은 있다. 예쁜 다이어리를 사고 스티커와 스탬프들을 사서 알차게 다이어리를 꾸며야지 마음먹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다짐은 항상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고 일기장은 바카라장 깊숙이 방치되곤 했다. 일기와 멀어졌던 이유는 일기를 쓰고 있는 나 자신에게 실망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일기장에서도 나를 숨기기 바빴다. 화를 내거나 슬퍼하거나 원망하는 말을 쓰기는 해도 나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는 쓰지 않았다. 마치 나 말고 누군가 일기를 읽는 것을 피해 감추는 것처럼.
누군가 나의 일기를 읽는다는 상상만으로도 나는 일기를 쓸 때 감시받는 기분이 들었다. 정제된 언어들을 사용하고, 바른 어린이의 정석처럼 오늘 하루를 정직하게 기록하고 칭찬받을 만한 말들을 적었다. 별표가 다섯 개쯤 쳐진 일기장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나는 오늘 그 누구보다 잘 살았다고 말해야만 하는 것처럼. 그래서 어느새 내 글들도 일기처럼 정제된 글이 되어가고 있었다. 착한 글. 그게 내가 지금까지 제일 많이 들은 평가였다.
코로나로 프로그램들이 제작을 멈추고 소리 소문 없이 작가들이 하차할 때 나도 그 수순을 밟았다. 처음에는 월급이 밀리다가 나중에는 일할 게 없어서 출근하는 게 민망할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그만두겠다고 했고 갑자기 백수가 됐다. 이때 나는 어떤 글이 쓰고 싶은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말이 대단해 보이지만 그냥 쉬느니 뭐라도 생각해 보자는 게 컸다. 나는 왜 사는가와 같은 질문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가. 나는 왜 하필 글을 쓰려고 하는가. 그 가운데서도 왜 시라는 장르를 선택했는지 생각해야만 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나는 용기를 내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꽤나 오랜 시간 휴학을 했었기에 늦게 졸업을 했다.) 3년 만에 다시 시를 쓰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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