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엄마의 종종걸음
나는 늘 조금 바쁘게 걸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걸을 때도,
장을 보러 갈 때도,
늦은 약속에 뛰어갈 때도
내 걸음은 늘 종종걸음이었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아이의 준비물을 챙기고,
냉장고를 채우고,
누군가의 생일을 기억하고,
아픈 사람의 병원 날짜를 적어두었다.
내가 잠시 멈추면
무언가가 빠질 것 같았다.
그래서 서둘렀다.
엄마가 된 뒤로는 더욱 그랬다.
아이보다 먼저 일어나고
아이보다 늦게 잠들었다.
아이의 계절을 따라가느라
내 계절이 지나가는 줄도 몰랐다.
그렇게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를 향해 걸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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