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선2)
얼마 전, 나는 ‘적정선’이라는 글을 썼다.
그 글은 누군가를 향한 원망의 글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거창한 철학을 담은 글도 아니었다. 어쩌면 서운함을 품은 한 남자의 조용한 독백에 가까웠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기대했던 마음, 말하지 못했던 아쉬움, 그리고 애써 괜찮은 척하며 마음속에 눌러두었던 감정을 글 속에 풀어냈다.
사실 나는 글을 쓰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괜찮다. 다 이런 거지.’ ‘부부 사이에 이런 날도 있는 거야.’
애써 어른스러운 척했고, 마치 모든 걸 이해하는 사람처럼 글을 썼다. 대인배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그 글 속의 나는 어쩌면 꽤 겁쟁이였던 것 같다.
직접 말할 용기가 없어서 글 뒤에 숨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사실 서운했어.”
그 한마디를 하지 못한 채, 괜찮은 척 웃고 넘어가며 글로 마음을 대신했던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내가 그 글을 읽은 것이다.
나는 솔직히 조금 두려웠다. 괜히 상처받지는 않을까, 오해하지는 않을까, 혹시 더 멀어지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의 반응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아내는 글을 보자마자 내게 달려와 나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오해해서 미안해.”
그 짧은 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무너뜨렸다.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졌다.
나는 순간 알았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혼자서 많은 상상을 하고 있었는지를.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크게 키우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날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별것 아닌 것부터 시작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렇게 느꼈는지. 무엇이 서운했는지. 무엇이 힘들었는지.
서로의 입장이 되어 천천히 이야기했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다. 괜히 머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깨달았다. 결국 서로가 미워서가 아니라,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생긴 작은 오해들이었다는 것을.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설명을 생략한다.
‘알겠지.’ ‘이해하겠지.’ ‘굳이 말 안 해도 느끼겠지.’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에 오히려 더 말해야 한다는 걸 그날 처음 제대로 배운 것 같다.
아내도 마음속에 서운함이 있었고, 나 역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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