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못 미덥지
팀장들끼리 모인 사적인 자리. 안전과 비밀이 보장된 그 곳에서는 종종 팀원 성토 대회가 열린다.
"처음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일 시켜보니 답답해 미치겠다."
한 팀장의 자기 고백 한 마디가, 격한 공감의 대화로 쭉쭉 뻗어 나간다.
"그 친구도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위에서는 빨리 하라고 쪼는데, 믿고 시킬 사람이 없어."
"그래도 너네 팀원들은 참 착해 보이던데? 우리 팀에 지난 달 들어온 A 대리 알지? 리포트 잘 썼다고 칭찬 좀 해줬더니, 지만 잘난 줄 알아. 꼬박꼬박 말대꾸하면서 따지는데, 미치겠다."
누군가는 한숨을 푹 쉬고, 누군가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다. 평소 회사에서는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들이 술술 나온다. 마감기한은 왜 못 맞추는지, 지시사항은 제대로 이해하긴 한건지, 같은 실수를 어쩜 그렇게 매번 반복하는지.
서로 한참 팀원 뒷담화를 하다 보니, 멀쩡한 팀원을 둔 팀장은 그 자리에 한 명도 없는 것 같았다.
곰곰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신기한 공통점이 보인다.
그들이 말하는 팀원의 단점은, 이상하리만큼 팀장인 자신의 눈에 유독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옆에서 보는 다른 팀 사람들은 오히려 그 팀원을 좋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A 대리의 잘난척은 일에 대한 자신감으로, B 과장의 느린 속도는 꼼꼼함이라는 장점으로, C 사원의 속 없어 보이는 웃음은 협업으 최고 무기로 해석된다.
이는 부모들이 자기 자식 이야기를 다른 부모님들과 나눌 때와도 묘하게 비슷하다.
"어머~~~ 그 집 애는 어쩜 인사성이 그렇게 밝고 싹싹해요?"
누군가 이렇게 말을 건네면, 내 자식에 대한 자랑보다는 단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인사'만' 잘하는거죠. 집에서는 엉망진창이에요. 숙제도 제대로 안하고, 잘 씻지도 않는걸요."
남의 눈에는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가까이에서 보는 내 눈에는 자꾸 부족한 점부터 보이는 것이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옆 부서 동료로 함께 일하던 관계일 때는 정말 야무지고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내 팀원이 되어 일을 맡겨보니 기대와 달랐던 적이 있다. 프로젝트를 과감하게 리딩한다고 생각했던 모습 뒤에는, 실무는 뒷전인 채 보여주기에 집중하는 면이 있었다. 내가 직접 뽑은 팀원도 마찬가지였다. 면접 때는 신중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데, 겪어 보니 답답하고 속 터질 것 같았다. 그들의 못 미더운 점이 속속들이 보이고, 자꾸만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이상하다 생각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건가 싶었다. 처음 뽑은 사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분명 몇 달, 몇 년을 함께 일하며 괜찮은 사람이라고 확신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 팀원이 된 순간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달라진 것은 결코 그들이 아니었다. 아마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위치와 거리일 것이다.
가까이에서 본다는 건, 더 많은 것을, 더 자세히 본다는 뜻이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되는 자리가, 팀장의 위치이다. 옆 부서 팀원일 때는 회의에서 발표하는 내용 몇 마디, 그들이 제출한 잘 만들어진 리포트, 협업할 때 친절하게 미소짓는 인상 정도만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내 팀원이 되는 순간, 그들의 아주 작은 실수까지 발견하게 된다. 발표할 때 덜덜 떨리는 다리와, 리포트 안에 틀린 숫자 데이터, 협업할 때 손해볼 수 있는 행동 하나까지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더 많이 볼수록 우리는 그 사람을 더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자주 보이는 몇 가지 단점이 어느 순간 그 사람 전체를 설명하는 특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팀장들은 이 지점에서 조심해야 한다. 내가 보고 있는 단점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지속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가까이에서 본다고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팀장의 착각일 뿐이니 말이다.
팀원이 미운오리새끼로 보일 때 팀장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의 모습만 보고 그가 백조일 가능성까지 지워버리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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