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라는 이름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연주자의 하모니

by수풀림

AI 시대, 오케스트레이션이 중요하다는 말을 종종 접한다.

AI 오케스트레이션이란, 여러 AI 모델이 복잡한 업무를 분담하고 협업하여 매끄럽게 흘러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AI 전문가들은 앞으로 개별 AI의 성능보다 이를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창의적인 ChatGPT와 똑똑한 Gemini, 글을 잘 쓰는 Claude와 멀티플레이어인 Genspark. 바이올린과 첼로, 트럼펫과 타악기가 서로 다른 소리를 내듯 AI도 각각 잘하는 영역이 다르다. 중요한 것은 어떤 AI가 가장 뛰어난가 아니라, 서로 다른 AI 모델이 어떻게 조화롭게 같이 일을 하는가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여러 악기의 소리를 조율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듯이 말이다.


이는 비단 AI 모델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AI 시대 이전에도, 우리가 몸담은 조직은 오케스트라와 다를 바 없었다. 영업, 마케팅, 연구개발, 생산, 재무, 인사 등 각각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는 곳이 바로 조직 아니던가.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만났기에, 종종 불협화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얼마 전 회의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회의였는데, 각자 입장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영업팀은 왜 고객에게 줄 제안서를 아직도 안 만들었냐며 기획팀 탓을 했고, 기획팀은 뾰족한 차별화 솔루션을 만들지 못한 마케팅팀에게 그 화살을 돌렸다.


만약 정말 일을 잘 하는 에이스 구성원들로 만들어진 조직이라면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많은 조직에서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지만, 이들을 모아 놓는다고 최상의 시너지가 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몸담았던 조직에서도 이런 경우를 목격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기술자문 A 이사님과, 고등학교, 대학교를 조기졸업한 엔지니어 B 이사님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며 싸웠다. 그들 모두 조직에 꼭 필요한 훌륭한 인재였지만, 협업에는 꽝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싸움은 팀과 팀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고, 때로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뛰어난 전문가였지만, 만나면 시끄러운 소리만 냈다.


생각해보면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와 최고의 첼리스트,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를 한 무대에 세운다고 해서 훌륭한 연주가 저절로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에는 지휘자가 존재한다. 각자의 소리를 내는 연주자들에게 같은 음계로 시작해서 같은 악보를 보게 하고, 같은 박자를 타게 하며, 서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 말이다. 이들은 언제 트럼펫을 크게 불며 독주할지,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화음을 어떻게 만들지, 타악기가 극적으로 울리는 타이밍은 언제인지 안내해준다. 전체를 듣고 보며 불협화음을 조정하고, 끊임없이 그 안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찾아 나간다.


흥미로운 사실은, 훌륭한 지휘자는 뛰어난 연주자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이들의 역할은 첼로를 잘 연주하는 것이 아닌, 여러 악기로 화음을 내도록 돕는 사람이다. 어쩌면 AI 시대에 주목받는 오케스트레이션도 지휘자의 역활과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가장 뛰어난 AI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AI들을 연결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AI 시대의 새로운 능력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람을 이끄는 자리에 늘 요구되던 일이었다.

결국 좋은 리더의 경쟁력은 자신의 역량이 아니라 타인의 역량을 끌어내는 능력에 있다. AI 시대가 우리에게 새롭게 알려준 것은 기술의 미래가 아니라, 어쩌면 리더십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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