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월급? 워라밸?

by수풀림

점심 식사 자리, 30대 동료 A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다들 온라인 게임에서 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급작스런 물음에 다들 눈치만 살폈다. 확실히 밥 먹으며 나올법한 화두는 아니었으니까. 침묵을 먼저 깨려다, 내 머릿속에 맴도는 불순한 걱정이 드러날까봐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얘가 평소에 진로 고민하더니만, 이번엔 진짜 이직하려고 그러나?'

다행히 옆자리에 앉은 30대 동료 B가 말문을 열었다.

"저는 연봉이랑 배울 수 있는 환경이요."

그러자 하나둘씩 대답을 이어갔다. 월급, 회사 복지, 워라밸, 상사 복, 업무 확장 기회 등 저마다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내 대답은 이들에 비해 꼰대스러울까봐 끝까지 입을 다물었지만, 결국 내 차례가 돌아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연차가 오래되니까 일의 의미와 진정성 있는 관계가 점점 더 중요해지더라."

모든 동료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월급, 연봉'이 포함되어있지 않은 내 대답을 듣고, 누군가 물었다. 돈은 진짜 중요하지 않은거냐고. 혹시 지금 연봉이 높아서 그건 빼고 얘기하시는거냐고 했다. 사실 월급이 중요하지 않은 온라인 게임인이 어디있겠는가. 우리는 모두 생계형 월급 노동자인데 말이다. 한두달 월급만 밀려도 카드값이 연체되고 아파트 대출금이 밀리는 불상사가 벌어질텐데...

하지만 맹세코 20년 남짓한 온라인 게임 생활동안 연봉 때문에 퇴사나 이직을 결정한 적은 없었다. 나에게 돈이란 다른 중요한 것들 뒤에 따라오는, 부차적인 조건이었을 뿐이다.


연봉의 중요성에 대한 동료들의 갑론을박을 들으며, 매슬로의 욕구 5단계가 떠올랐다.

온라인 게임인에게도 비슷한 욕구의 단계가 있지 않을까. 월급과 복지, 고용 안정성 같은 기본 조건이 있고, 그 위에는 좋은 동료나 소속감이 있다. 또 그 위에는 인정과 승진이, 가장 꼭대기에는 일의 의미나 성취감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온라인 게임인들은 지금 어느 단계의 욕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나의 동료들만큼이나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연봉이 가장 절실한 답일 수 있다. 당장 생활이 빠듯한 사람에게 일의 의미를 묻는 것은 사치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반대로 월급과 고용 안정성이 어느 정도 충족된 사람에게는 좋은 동료, 성장 기회, 인정받는 경험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Design_an_elegant_vertical_pyramid_infographic_rep-1782256262080.png매슬로의 욕구 이론 - 온라인 게임인 버젼 by AI


나는 여기서 한 번 더 질문해보고 싶다.

우리가 온라인 게임에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그것 자체일까. 예를 들어 연봉이 중요하다고 말할 때, 우리는 정말 통장에 찍히는 금액을 원하는 걸까. 어쩌면 그 숫자가 주는 안정감, 우월감,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원하는 것은 아닐까. 워라밸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6시에 퇴근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일에 삶 전체가 잠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수 있다. 성장 기회가 중요하다는 말 뒤에는 이대로 정체되고 싶지 않다는 불안이 있고, 좋은 상사를 원한다는 말 뒤에는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인정받고 싶다는 말은 때로 승진보다 '이 조직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성과에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가깝다.

내가 연봉보다 일의 의미를 추구했던 이유도, 일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더 큰 욕망이 발현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온라인 게임생활을 오래 한다는 것이, 단순히 더 많은 경험을 쌓는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조건을 좇는다. 연봉, 회사 이름, 직함, 복지 혜택 같은 것들. 그것들은 분명 중요하고, 때로는 아주 현실적인 기준이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조건과 내가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것을 발견하는 순간을 나는 '온라인 게임인 사춘기'라 부르고 싶다. 더 좋은 조건을 원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남들이 괜찮다고 말하는 자리에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리는 시기. 어쩌면 온라인 게임인의 성장은 늘 그런 혼란을 지나며 조금씩 자기 기준을 찾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 온라인 게임인으로서 성숙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다. 이 여정에 있는 온라인 게임인들이 한번쯤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다.

'나한테 정말 중요한 건 뭘까?'


#온라인 게임인#의미#가치#커리어#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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