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이해는 언제 일어나는가
"나보고 갑자기 A팀 맡으래."
울상이 된 최 팀장이 말했다. 헉 소리가 날 만큼 예상치 못한 인사 발령이었다. 하필 A팀이라니. 어제도 최 팀장은 A팀과 회의를 하고 나와, 이런 푸념을 쏟아냈었다.
"쟤네는 뭔 생각으로 저러는거야? 답답해 미치겠다. 앞으로 절대 같이 엮이지 말아야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게 사람 일이라더니. 엮이지 않기는 커녕, 아예 한 배를 타게 된 것이다. 그것도 선장으로. 실은 A팀은 비단 최 팀장 뿐만 아니라 회사 사람들 모두에게 욕을 먹는 팀이었다. 그런 팀을 맡는다는 사실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커피만 홀짝였다.
그렇게 최 팀장은, 자신이 욕하던 팀의 리더가 되었다.
몇 주가 지나 다시 만난 그는, 어딘가 달라 보였다.
궁금한 마음에 요즘 어떤지 묻자, 뜻밖의 반응이 돌아왔다.
"아니, 내가 겪어보니까 말이지. 생각보다 괜찮은 팀이더라."
내가 놀란 토끼눈을 뜨자, 최 팀장은 변명하듯 말을 이어갔다. 팀원들이 다들 해보려는 의지도 있고, 적극적이며 준비된 사람들이라고. 그러면서 한참동안, 각 팀원들 자랑을 늘어 놓았다. B 팀원은 고객과 친화력이 갑이라 안될 것 같은 거래도 성사시키고, C 팀원은 꼼꼼한 성향으로 리스크를 귀신같이 짚어내고, D 팀원은 막내인데도 시키지 않은 일까지 찾아서 한다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팀은 구제불능이라고 했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최 팀장은 달라져 있었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문득 한 단어가 떠올랐다.
'측은지심(惻隱之心)'
곤경에 처하거나 불행을 겪는 타인을 가엾게 여기고,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최 팀장은 자신의 팀원들에게, 갑자기 측은지심이 생긴 것 같았다.
그가 이번에 알게 된 A팀이 처한 상황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고 했다. 위에서는 엄청나게 높은 매출 목표로 압박을 하면서도, 필요한 지원은 하지 않았다. 다른 부서와는 채 정리되지 않은 내부관계 때문에, 사사건건 시비에 휘말렸다. 그는 이런 속사정을 이해하자, 비로소 그들의 아픔이 보였다고 했다. 팀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이런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들은 사내에서 무능력자로 낙인 찍혔고, 회사 안에서 점점 외딴섬이 되어갔다. 그는 진심으로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재밌는 사실은, A팀의 상황도 팀원들도 그 어느 것 하나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단지 하나 크게 바뀐 것이 있다면, 그들을 바라보는 최 팀장의 시선이었다. 밖에서는 문제 행동으로 보이던 것들이, 안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였다. 답답한 결정은 무능이 아닌 신중함으로, 잦은 확인은 답답함이 아닌 실수를 막으려는 몸부림으로 보였다.그의 관점이 변하자, 모든 게 달라 보였다.
타인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언제 일어나는가. 최 팀장을 관찰하며 느낀 건, 상대방의 입장에 서봐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머리로 헤아리는 역지사지가 아닌, 실제로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이 보는 풍경을 함께 보는 것.
욕하던 팀의 리더가 된 최 팀장은, 이제 팀원들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었다. 팀원들 각자의 강점이 예뻐 보이고, 그들의 노력이 보인다고 했다. 어쩌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가 서 있는 자리의 고단함과 일상을 보게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