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회의실 마이크는 팀장님 손에
오늘 회의도 전무님의 일장연설로 시작한다.
"아니, 왜! 경쟁사도 하는데 우리는 못 하냔 말이야. 다들 전략이 없어, 전략이. 쯧쯧."
늘 듣는 레파토리라 모두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눈치다. 가시방석에 앉은듯한 박 팀장은 애써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하는 척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아, 또 시작이네. 오늘 연설은 대체 언제 끝나려나.'
아니나 다를까 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전무님은 열변을 토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죄지은 사람마냥 찍 소리도 못한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다. 김 팀장이 눈치 없이 우리 제품의 경쟁력에 대해 말했다가, 전무님의 화만 더 돋운다.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가며, 박 팀장은 굳게 결심한다. 자신은 팀원의 말을 잘 들어주고, 혼자만 말하지 않는 리더가 되겠다고. 절대로 전무님 같은 사람은 되지 않겠다고.
박 팀장이 주관하는 팀 회의 시간.
이번 회의의 주 안건은,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것이다. 경쟁사와 대조되는 차별점을 찾아, 경쟁사의 시장 점유율을 우리 쪽으로 가져오는 전략이다. 박 팀장은 인자한 웃음을 띠며 말한다.
"자, 오늘은 제 의견보다 여러분 의견을 들어보고 싶네요. 우리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어떤 걸 해보면 좋을까요? 다들 편하게 의견 주세요."
박 팀장은 말을 마치고 팀원들을 둘러 본다. 예상과는 달리 무거운 침묵만 흐른다. 박 팀장은 애써 한 명씩 아이컨택을 하지만, 팀원들은 허겁지겁 바닥으로 시선을 옮긴다. 박 팀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무님과는 달리 자신은 팀원에게 이렇게 발언권을 주는데도, 왜 아무도 말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회의는 결국 박 팀장이 자신이 생각해온 아이디어를 주저리 주저리 얘기하며 마무리 된다.
리더의 마이크 점유율이라는 재미난 표현이 있다.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얼마나 점유하고 있는가가 Market share라면, 회의실에서 리더의 말이 얼마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가 mike share다. 시장 점유율이 고객의 선택을 보여준다면, 마이크 점유율은 회의실의 공기를 보여준다.
회의 시간에 리더가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빠른 판단이 필요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피드백이 필요할 때도 있다. 문제는 리더 혼자 마이크를 잡고 놓치 않을 때다. 리더의 말이 길어질수록 팀원들의 참여도는 낮아진다.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괜히 말했다가 일이 커질까 봐 입을 닫고,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만 끄덕이게 된다. 리더는 분명 '편하게 말하라'고 했지만, 팀원들은 전혀 편하지 않은 표정으로 노트북만 바라본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리더는 팀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들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잘 모른다. 특히 그것이 자신의 마이크 점유율 때문이었음을 말이다. 어쩌면 좋은 회의란 리더가 멋진 답을 내놓는 자리가 아니라, 팀원들이 어설픈 생각이라도 꺼내놓을 수 있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리더가 말을 줄인 빈자리에서 팀원들의 생각이 자라날 수 있다. 이 훈련을 하려면 우선 어색한 침묵을 견딜 수 있어야 하며, 장황한 설명 대신 질문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열린 태도를 보이며 경청해야 한다. 리더가 마이크를 놓치 않는 대신, 누군가 마이크를 잡아도 괜찮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그 전략을 함께 만드는 회의실의 분위기는 더 중요하다. 어쩌면 리더가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시장이 아니라, 자기 손에 들린 보이지 않는 마이크인지도 모른다.
#MS#리더#말#회의#경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