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1인분을 한다는 것은

과연 1인분 몫이란 무엇일까?

by수풀림

얼마 전 회사에서 협업 미팅을 하다 너무 화가 나,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니, 자기가 할 거 알아서 해오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사장님 발표를 앞두고 각자 자료를 나누어 준비한 후 모이기로 한 날이었다. 사전 미팅을 여러 차례 하며 많은 논의를 했기에, 당연히 비슷한 수준의 자료를 갖고 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마자, 그 기대는 나만의 착각이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A 팀장은 반쯤 채우다 만 페이지를 말빨로 때우려 했고, B 팀장은 영어와 한글을 섞어 쓴 자료를 설명하다 혀가 꼬였고, C 팀장은 AI가 만들어 준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자랑질을 했다. 최소 경력 15년차 이상의 사람들이라 알아서 잘 해오리라 믿은 게 잘못이었을까. 이대로 발표했다가는 사장님께 와장창 깨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결국 에이스 D 팀장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고, 자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터치했다. 각자 자기 몫을 해내지 못한 대가는, 역설적이게도 일을 잘하는 한 명이 홀로 치러야 했다.


비슷한 시기에 반대의 경험도 했다.

새로 옮긴 부서 사람들과 함께 위에서 급하게 떨어진 자료를만드는 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와, 대박이다. 각자 1인분의 몫을 한다는 게 바로 이런 거였구만!'

위의 경우와 똑같이 각자 파트를 맡아 만든 후 맞춰 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알아서 척척 잘 해오니 크게 손 댈 게 없었다. 서로 공유한 피드백을 반영해서 일부 업데이트만 하면 끝.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 팀장의 자료가 조금 미흡하긴 했지만, 다같이 달려들어 수정을 하니 금방 마무리되긴 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해봤다. 모두들 자신이 맡은 일이 무엇인지와, 어디까지 준비해와야 하는지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의 파트에서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분명히 잡아왔고, 누군가는 부족한 부분을 미리 표시해두었다가 도움을 요청했다. 모든 게 완벽하게 흘러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자기 몫을 방치하지 않고, 바카라임을 지려 노력했다는 점이었다. 자기 몫을 제대로 못 한 A, B, C 팀장과, 그 바카라임을 오롯이 짊어지게 된 D 팀장의 사례와는 대조적이었다.


과연 회사에서 1인분을 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는 그것을 '자기 밥값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월급을 받는 만큼, 내 역할에 바카라임을 지는 것.

그러나 온라인 게임인에게 밥값이라는 단어만큼 애매한 말도 없다. 식당처럼 가격이 정확히 정해져 있으면 좋으련만. 각자 월급도 다르고, 생각하는 1인분의 양도 다 다르다. 누군가에게 1인분의 몫이란, 일단 자료를 만들어 오는 것이다. 설령 다른 사람이 보기엔 발로 만든 것 같은 퀄리티일지라도. 반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1인분의 일은, 그 자료에 최선을 다하고 완벽을 기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그만 고치라고 할 정도로.

그러니 다시 1인분을 정의해보자면, 상사나 동료가 믿고 맡길 만큼 자기 몫을 바카라임지는 일에 가깝다. 내가 보기엔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수준 말이다. 회사에 다니는 한 우리는 결코 혼자서 일할 수 없기에, 1인분을 해내야 제대로 된 협업도 가능하다. 물론 월급루팡처럼 보이는 온라인 게임인도 존재하나, 신경써봤자 내 정신건강에 하나도 좋을 게 없으니 나의 1인분에만 집중해보자. 그 1인분의 크기와 배포를 키우다보면, 분명 다른 커리어 기회도 찾아올 것이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존재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1인분의 몫을 해내는 슈퍼 히어로 온라인 게임인은 거의 없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거나 부서를 옮기면, 한동안은 1인분은커녕 0.1인분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메일 하나 보내는 데도 눈치를 보고, 회의에서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몰라 타이밍을 놓치고, 자료 하나를 만들면서도 이 정도면 충분한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왔다. 내 딴에는 열심히 했지만, 누군가 보기에는 한참 부족했을 것이다. 그때마다 옆에서 방향을 안내하고 부족한 부분을 도와준 상사가 있었고, 계속 물어봐도 웃으며 가르쳐준 동료들이 있었다. 1인분은 처음부터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시행착오와 피드백을 지나며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기다려준 것이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1인분을 하며 월급을 받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회사에서의 1인분은 완성형 자격이 아닌, 계속 갱신되는 신뢰에 가깝다.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시간은 부끄러운 공백이 아니라, 언젠가 내 손으로 감당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다. 결국 회사에서 1인분을 해낸다는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조금씩 자라나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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