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졸업했는데 또 배우라고요?
회사 메일에는 매달 '수강 신청' 알림 메시지가 뜬다.
복지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제공해주는 무료 온라인 교육에 대한 알림이다. 각종 직무 교육부터 AI 교육까지 커리큘럼도 다양하다. 온라인 교육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오프라인 교육도 종종 열린다. 때로는 유명한 외부 강사를 초청해 특강을 열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팀장 교육, 리더십 교육, 신규 도입한 플랫폼 교육 등을 진행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꼭 만족도 조사를 한다. 강의는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90점 이상의 점수가 나온다.
최근 나도 외부 강사를 초청해 신제품 런칭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 때도 만족도 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몇 번 진행하다보니 점수와 학습 효과는 따로 논다는 생각을 했다. 직원들은 수업을 들으며 노트북으로 업무를 했고, 노트북을 덮으라고 하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교수님이 앞에서 아무리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도, 수강생들은 도무지 집중하지 못했다.
신제품 교육 담당자로서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선 직원들이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발성'에 있었다. 참석자 대부분이 왜 이 자리가 마련된지 모르고, 끌려와서 앉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회사에서 들으라고 하니, 리더가 인원을 선발하다 보니, 그렇게 된 된것이다.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되는가 공감 없이 자리만 채우고 앉아 있다보니, 도무지 재미가 없었으리라.
두번째는 업무와의 충돌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업무를 잘 하기 위해 교육을 받지만, 코 앞에 놓인 업무 때문에 교육을 못 받는 상황이랄까. 고객에게 급하게 걸려온 전화, 당장 회신해야 할 이메일, 내일까지 제출해야 할 보고서 등이 학습을 가로막고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학습 의지다. 이 와중에도 교육에 열중하는 직원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업무가 바쁜건 매한가지였지만, 이 교육에서 무언가를 얻고 싶어하는 열망이 있어 질문도 하고 토론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배운 걸 자신의 업무와 접목시켜보고, 교수님께 SOS를 하기도 했다.
교수님은 이런 수강생의 모습을 몇 차례 경험하고 나서, 마지막에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들은, 온라인 게임인에게 돈보다 더 귀중한 시간이라는 자원을 쓰면서 여기까지 오셨잖아요. 뭐 하나라도 꼭 배워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한 가지씩 공유해주세요."
그러자 딴짓을 하던 사람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교수님을 쳐다봤다. 무엇을 배웠는지 머리를 쥐어 짜내며 생각하고, 억지로나마 대답하기 시작했다.
"저는 시장 분석에 대해, 지금까지 제가 했던 방법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듣다 보니 다른 접근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한 명을 시작으로 다른 직원들도 자신이 배운 것을 말했다. 마지막 사람이 말하고 난 뒤, 교수님은 다시 강조했다.
"배움이 진짜 공부가 되는 순간은, 자신이 배운 것을 돌아보고 곱씹는 순간입니다. 모두 자신만의 key takeaway를 들고 가셨으면 합니다."
올해부터 시작한 MBA 수업에서 교수님들이 하시는 말씀과 비슷했다.
우리가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유튜브를 듣거나 바카라을 보면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란다. 필요에 의해서 하는 온라인 게임인의 공부도,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이때는 모든 지식이 내 안으로 들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잠시 스쳐 지나간 것에 가깝다고 한다. 진짜 공부는 그 다음부터다. 강의나 독서를 통해 습득한 지식을 다시 떠올리고, 그것이 내 경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하고, 지금 내 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학습(學習)이라는 단어는, 배우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익히는 과정도 포함한다. 온라인 게임인의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부 자체가 아닌 '써먹는 것'에 있지 않은가. 그래서 온라인 게임인의 학습은 결코 강의실 안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배운 내용을 내 업무에 접목해보고, 실패하면 다시 해보고, 동료와 이야기하며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때 조금씩 내 것이 된다. 머릿속 지식이, 생생한 현장의 지혜가 되는 순간이다.
AI 시대에 필요한 온라인 게임인의 공부도 결국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배우는 사람보다, 익숙한 방식을 내려놓고 다시 시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배운 것을 한 번 써보고, 다시 고쳐보고, 결국 내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것. 그때 비로소 온라인 게임인의 공부는 진짜 공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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