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의 재발견 #1
회현동, 후암동, 청파동, 중림동 일대를 걷다 보면 남산타워가 시야에 들어오는 카페와 식당, 호텔들은 대체로 그 방향으로 큰 창을 낸다. 좋은 자리에 테이블을 배치하고 테라스와 루프톱을 조성한다. 남산타워라는 도시의 상징을 자신의 공간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풍경을 볼 때마다 질문하게 된다. 다른 나라에도 남산타워만큼 주변의 골목과 소상공인에게 넓은 공간적 혜택을 주는 랜드마크가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남산타워에는 다른 랜드마크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세 가지 지형·도시적 조건이 있다.
첫째, 해발고도가 높다. 남산타워 상부의 해발고도는 약 480m에 이른다. 도쿄타워와 에펠탑의 정상부가 각각 해발 약 350m와 360m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100m 이상 높다. 랜드마크가 도시에서 얼마나 잘 보이는지를 생각한다면 구조물 자체의 높이뿐 아니라 해발고도도 중요하다.
둘째, 남산이라는 자연 기단 위에 서 있다. 타워 바로 주변을 건축물이 아니라 산과 공원이 둘러싸고 있다. 따라서 타워 가까이에서 다른 건물이 시야를 가로막기 어렵다. 남산은 타워를 도시 위로 들어 올리는 동시에 조망을 보호하는 자연 기단 역할을 한다.
셋째, 남산 주변의 시가지가 대체로 저층이다. 회현동·후암동·해방촌·장충동 등 남산 자락에 접한 동네들은 저층 건축물이 지형의 경사를 따라 내려서고, 그 바깥 시가지 역시 비교적 낮은 스카이라인을 유지하고 있다. 평지의 고밀한 시가지에서는 앞 건물 하나가 뒤 건물의 조망을 막을 수 있다. 반면 남산 주변에서는 지형의 높이차와 저층 건축환경이 맞물리면서 남산에서 멀어질수록 여러 겹의 건축물에 순차적으로 조망이 열리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높은 해발고도, 조망을 보호하는 산지 기단, 경사를 따라 순차적으로 조망이 열리는 저층 건축환경. 이 세 가지 조건이 결합해 남산타워의 넓은 조망권을 만든다.
그 범위도 넓다. 회현동과 명동, 후암동·청파동·중림동에서 해방촌·이태원·한남동, 장충동·약수동·신당동까지 남산을 둘러싼 여러 동네에서 남산타워가 일상의 도시 풍경으로 들어온다. 모든 건물에서 보인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남산 방향으로 시야가 열린 많은 건축물이 남산타워의 조망을 공유한다.
이는 랜드마크를 평가하는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흔히 구조물의 높이와 디자인, 방문객 수에 주목한다. 그러나 도시의 관점에서는 랜드마크가 주변에 얼마나 넓은 영향권, 더 구체적으로는 조망권을 만들어내는지도 중요하다.
남산타워의 경제효과도 타워를 찾는 관광객의 소비에 그치지 않는다. 카페는 남산타워를 향해 창을 내고, 호텔은 남산 뷰 객실을 판매하며, 식당과 바는 테라스와 루프톱을 남산 방향으로 연다. 하나의 랜드마크가 수많은 가게에 경관이라는 자산을 제공하는 것이다.
좋은 랜드마크는 혼자 빛나는 건축물이 아니라 주변 도시가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랜드마크다. 랜드마크 정바카라도 건축물을 세우는 데서 끝나지 않고 조망축을 보호하고 조망권을 넓히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도시재생 노트
남산타워의 출발은 관광명소나 랜드마크가 아니라 방송시설이었다. 1969년 수도권의 TV와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기 위한 국내 최초의 종합전파탑으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설계는 건축가 장종률이 맡았다. 1971년 탑신과 철탑이 완성된 뒤 방송 송신시설이 들어섰고, 이후 전망대와 식당 등 관광시설이 추가됐다. 1980년에는 ‘서울타워’라는 이름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서울시 역시 남산타워의 기원을 수도권 TV·라디오 방송을 위한 전파탑으로 설명한다.
2005년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명칭이 ‘N서울타워’로 바뀌었고 전망·식음·문화시설과 경관조명이 강화되면서 관광시설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성격이 확대됐다. 2011년에는 타워 외벽을 활용한 3D 영상조명도 도입됐다.
흥미로운 변화는 송신 기능의 확장이다. 처음에는 방송 전파를 서울 전역으로 송신하던 시설이었지만, 2010년대에는 타워 자체의 빛을 이용해 시민에게 대기질 정보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공기가 맑은 날 ‘서울하늘색’ 조명을 밝히는 방식이 운영됐고, 이후 대기질 단계에 따라 조명색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현재는 초미세먼지 상태에 따라 파랑·초록·노랑·빨강으로 타워의 조명색을 바꿔 시민들이 멀리서도 서울의 대기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방송 전파를 송신하는 통신시설에서 전망대와 관광시설로, 다시 도시의 환경정보를 빛으로 전달하는 랜드마크로. 남산타워는 건설 이후 반세기 동안 새로운 기능이 계속 더해지며 오늘의 모습으로 변화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