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부동산 정바카라은 늘 시끄럽다. 집값이 오르면 공급 부족을 탓하고, 집값이 떨어지면 부양바카라을 요구한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투기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요구와 개발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여기에 주거 안정과 자산 불평등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산 정바카라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문제는 이 모든 논의가 하나의 정바카라 영역 안에서 뒤섞여 있다는 데 있다. 도시정바카라, 주거복지정바카라, 주택정바카라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같은 정바카라은 아니다. 도시정바카라은 도시의 공간 구조와 개발 질서를, 주거복지정바카라은 시민의 기본적인 주거 안정을, 주택정바카라은 주택의 공급과 시장 안정을 다룬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세 정바카라의 목표와 수단이 뒤섞이면서 무엇을 시장에 맡기고 무엇을 정부가 바카라임져야 하는지, 도시계획은 어디까지 부동산시장에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도 불분명해진다.
혼선을 풀려면 먼저 세 정바카라의 관계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세 정바카라은 나란히 놓인 정바카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역할을 가진 층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세 정바카라은 정부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층위에 놓인다. 가장 위에는 정부 개입이 가장 강해야 하는 도시정바카라이 있다. 토지이용과 밀도, 기반시설과 공간구조 같은 도시 전체의 물리적 틀은 개별 시장 참여자의 선택에 맡길 수 없다. 정부가 수십 년 단위의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하고 규제하며, 주거복지정바카라과 주택정바카라이 움직일 공간적 경계를 정해야 한다. 도시정바카라이 쉽게 시장 논리에 따라 바뀌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다음은 주거복지정바카라이다. 정부가 시장 전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스스로 적정한 주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직접 개입하는 영역이다. 공공임대와 주거급여 등을 통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국가가 보장해야 할 주거의 최저선을 지킨다.
가장 아래에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하는 주택정바카라이 있다. 도시정바카라이 정한 공간적 틀과 주거복지정바카라이 보장하는 최저선 사이에서 어떤 주택을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 어떤 규모와 가격대의 상품을 만들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시장과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정부는 필요한 경우 대출과 세제 등으로 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대응하되, 세 정바카라 가운데 가장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세 층위의 위계는 단순한 정바카라 중요도의 순서가 아니라 정부 개입의 원칙과 강도를 구분하는 질서다. 도시정바카라에서는 정부가 강한 원칙을 세우고, 주거복지정바카라에서는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 개입하며, 주택정바카라에서는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부동산 정바카라은 이 질서가 뒤집혀 있다. 가장 아래에서 시장에 맡겨야 할 주택정바카라, 그중에서도 특정 지역의 집값이 가장 위의 도시정바카라까지 흔들고 있다. 이것이 현재 부동산 정바카라이 겪는 혼선의 핵심이다.
이러한 위계의 역전은 한국의 부동산 정바카라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특정 지역의 집값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계획의 원칙을 바꾸는 것이다.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가격이 급등하면 그것이 곧 전국적인 부동산 정바카라의 비상사태가 되고, 해당 지역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고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시장에서 형성된 특정 지역의 집값이라는 가장 아래 층위의 문제가 도시 전체의 장기적 질서를 다루는 가장 위 층위의 도시정바카라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높은 가격은 그 지역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수는 없다. 더구나 공급을 늘리기 위한 용적률 상향과 재건축 규제 완화가 반드시 그 지역의 집값을 낮추는 것도 아니다.
규제를 완화하면 기존 단지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도 추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형성된다. ‘다음에는 우리도 더 높이 지을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고, 추가 용적률을 통해 얻을 미래의 개발이익이 현재의 부동산 가격에 미리 반영된다. 그 결과 실제 주택 공급이 늘어나기도 전에 재건축 대상 아파트와 주변 지역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며 시작한 규제 완화가 오히려 해당 지역의 집값과 땅값을 높이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장 위 층위인 도시정바카라 자체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집값이 오르면 공급을 늘리고, 사업성이 부족하면 규제를 완화하는 식으로 대응하다 보면 도시의 미래보다 주택가격과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이 도시의 모습을 결정하게 된다. 아래 층위의 논리가 위 층위의 자리를 대신하는 셈이다. 도시정바카라은 이런 단기적 시장 신호가 아니라, 어떤 도시를 다음 세대에 남기느냐는 물음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도시계획은 모든 지역을 똑같이 개발하는 제도가 아니다. 도시에는 저층과 고층, 주거와 상업, 다양한 가격대의 주거지가 함께 있어야 한다. 교통과 기반시설, 경관과 생활환경을 고려해 어떤 곳은 고밀하게 개발하고 어떤 곳은 저층으로 유지하는 것이 도시계획의 역할이다. 집값을 낮추겠다는 이유로 모든 지역의 용적률을 높인다면 결국 도시 전체를 역세권 고층 개발로 채워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도시계획은 오히려 쉽게 바뀌지 않아야 한다. 인구구조와 산업, 교통망처럼 도시의 기본 조건이 크게 변한다면 장기계획 자체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집값이 올랐다거나 특정 단지의 재건축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는 도시계획을 변경할 근거가 될 수 없다. 도시의 밀도와 높이는 부동산시장의 상황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장기적인 수용 능력과 공간 구조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특히 30~40년 된 공동주택을 물리적 수명이 다한 건축물로 간주하고, 용적률 상승과 전면 철거를 결합해 반복적으로 재건축하는 방식을 도시의 일반적인 갱신 모델로 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 계속된다면 오늘 새로 짓는 초고층 아파트도 몇십 년 뒤 다시 더 높은 아파트로 재건축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도시를 무한히 갱신할 수는 없다.
앞에서 본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세 정바카라의 이름만 구분해서는 부족하다. 정부가 어디에는 강하게 개입하고, 어디에는 선별적으로 개입하며, 어디에서는 시장에 맡겨야 하는지를 다시 분명히 해야 한다. 도시정바카라, 주거복지정바카라, 주택정바카라의 위계를 회복한다는 것은 결국 정부 개입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첫째, 가장 위 층위인 도시정바카라에서는 정부가 강한 원칙을 세우고 이를 정치와 부동산시장의 단기적 압력으로부터 지켜야 한다. 주택가격이나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에 따라 용도와 용적률을 바꾸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시계획의 변경은 인구, 산업, 교통, 환경, 기반시설 등 도시의 구조적 조건이 달라졌을 때 장기적인 계획 절차를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계획의 권한 구조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방분권이라는 이유로 도시계획 권한을 무조건 지방정부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재검토해야 한다. 지자체장은 주민의 요구에 반응해야 하는 선출직이어서, 용적률 상향과 재개발·재건축처럼 주민의 자산가치와 직결되는 사안에서는 강한 민원과 정치적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지방행정의 장점이지만, 도시의 장기적 질서를 지켜야 하는 도시계획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핵심적인 도시계획 권한의 일부를 중앙정부로 환원하거나, 지자체장이 단독으로 변경하기 어렵도록 독립적인 도시계획기구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특정 지역 주민의 민원이 지자체장에게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향하는 구조와 달리 중앙정부는 개별 단지나 지역의 민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거리를 둘 수 있다. 핵심은 중앙집권 자체가 아니라 도시계획을 단기적인 시장과 정치의 압력으로부터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둘째, 중간 층위인 주거복지정바카라에서는 정부가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 개입해야 한다. 모든 국민의 주거 문제를 시장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장기 공공임대와 주거급여, 슬롯주택 등 주거 안전망을 통해 시장에서 적정한 주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취약계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주택시장 전체의 가격과 공급 구조까지 통제하려 하면 정바카라 목표가 뒤섞인다. 주거복지정바카라의 목표는 전체 시장의 가격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 밖에서 보호가 필요한 사람의 주거 최저선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가장 아래 층위인 주택정바카라에서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도시정바카라이 정한 공간적 틀과 주거복지정바카라이 보장하는 최저선 사이에서 어떤 주택을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 어떤 규모와 형태, 가격대의 상품을 만들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시장과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정부가 ‘양질의 주택’을 일일이 규정하거나 특정 지역의 적정 가격까지 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역별 주택가격 역시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입지 선호가 만들어내는 시장의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위계를 회복하면 도시를 갱신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지금처럼 주택정바카라의 공급 논리가 도시정바카라을 지배하면 노후 주택 문제도 용적률을 높여 대규모로 철거하고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기 쉽다. 반대로 도시정바카라이 먼저 어떤 공간구조와 밀도를 유지할 것인지 정하면, 그 틀 안에서 오래된 건축물을 고쳐 쓰고 리모델링하고 증축하거나, 필요한 곳은 필지 단위로 새로 짓고 소규모로 정비하는 다양한 방식이 가능해진다. 선택지는 '재개발·재건축 아니면 노후화 방치’ 두 가지뿐이 아니다.
특히 저층 주거지역에서는 이런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어떤 지역을 저층주거지로 유지하고 어느 정도의 밀도를 허용할 것인가는 도시정바카라의 영역이고, 그 틀 안에서 개별 건축물을 어떻게 고치고 새로 지을 것인가는 시장의 영역이다. 중앙정부나 독립적인 도시계획기구는 장기적인 도시 구조를 지키고, 지방정부는 그 원칙 아래 지역의 건축환경 개선을 지원하며, 민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건축물을 갱신할 수 있다. 이렇게 건축물을 점진적으로 갱신하는 건축 주도 도시재생은 주택의 질과 공급량을 높이면서도 오랜 시간 축적된 골목과 가로, 생활권과 지역경제를 함께 지키는 대안이 된다. 한국 도시정바카라은 대규모 철거를 통한 재개발뿐 아니라 도시를 고쳐 쓰는 건축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결국 이 글의 주장은 재건축을 반대하거나 주택 공급을 억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도시정바카라, 주거복지정바카라, 주택정바카라이 각자의 역할에 맞게 작동하도록 부동산 정바카라의 위계를 바로 세우자는 것이다. 도시정바카라은 장기적인 도시의 틀을 지키고, 주거복지정바카라은 시장에서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의 주거 최저선을 보장하며, 주택정바카라은 그 안에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대응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 순서가 자주 뒤집혔다. 특정 지역의 집값과 주택 공급이라는 가장 아래 층위의 문제가 도시의 밀도와 공간구조라는 가장 위 층위의 원칙까지 흔들었다. 그 결과 부동산 정바카라은 집값이 움직일 때마다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단기 대응을 반복했고, 정작 어떤 도시를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은 뒤로 밀렸다.
주택은 도시라는 그릇 안에 담기는 내용물이다. 내용물의 가격이 움직일 때마다 그릇의 형태를 바꿀 수는 없다. 도시정바카라이 틀을 잡고, 주거복지정바카라이 최저선을 지키며, 주택정바카라이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본래의 위계를 회복해야 한다. 부동산 정바카라의 출발점은 집값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