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문제만 불거지면 정부와 정치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공급 확대'를 외친다. 집을 많이 지어 쏟아내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는 주장이다. 이제는 대중에게도 마치 불변의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논리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던져야 할 본질적인 질문이 있다. 과연 '공급 확대'란 무엇인가. 정치권이 말하는 공급 확대는 경제학이 정의하는 공급 확대와 과연 같은 의미인가. 그동안의 치열한 정바카라 논쟁에서 이 근본적인 질문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우리는 주택 정바카라의 방향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경제학에서 말하는 진정한 공급 확대가 무엇인지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경제학에서 공급 확대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공급량이 늘어나는 현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 이는 공급곡선 자체가 우측으로 이동(Shift)하는 것을 뜻한다. 즉, 기술 혁신이나 생산성 향상 덕분에 기존과 동일한 가격 수준에서도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적 상태가 되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의 원인은 다양하다. 획기적인 건설 기술의 발전일 수도 있고, 토지 공급의 획기적 확대나 불필요한 규제 개혁처럼 같은 비용으로도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게 유도하는 제도적 변화일 수도 있다.
이처럼 공급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면, 기존 가격에서는 필연적으로 초과공급이 발생하게 된다. 시장은 새로운 균형 가격을 찾아 움직이며, 결과적으로 가격은 하락한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 교과서가 설명하는, 그리고 우리가 기대하는 '공급 확대의 가격 안정 효과'다.
그러나 생산자가 오직 생산성 향상에만 반응하여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수요 증가에도 기민하게 반응해 생산을 늘린다. 수요가 증가해 집값이 오르거나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 생산자는 더 높은 가격에 주택을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건축 물량을 확대한다. 이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공급량은 증가하지만, 이를 두고 공급곡선이 이동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단지 커진 수요에 대응하여 공급곡선을 따라(Movement) 공급량이 늘어난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공급량이 증가했을 때, 그것이 수요 증가 때문인지 아니면 진정한 공급 확대 때문인지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공급량이 증가하는 경로는 크게 둘로 나뉜다. 수요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했거나, 공급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한 경우다.
둘 중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가격을 보면 알 수 있다. 공급량 증가가 가격 상승을 동반했다면 수요곡선이 이동한 것이고, 가격 하락을 동반했다면 공급곡선이 이동한 것이다. 전자는 가격 상승에 유도된 단순한 공급량 증가일 뿐이며, 오직 후자만이 경제학이 말하는 진정한 공급 확대다.
따라서 단순히 공급량이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공급이 확대되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시장 가격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동력은 공급량 증가 자체가 아니라 공급곡선의 구조적 이동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주택 정바카라은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다. 수요 증가에 따라 늘어난 공급량과 공급곡선 자체가 우측으로 이동한 공급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면서, 전혀 다른 두 현상을 하나의 '공급 확대'로 뒤섞어 쓴 것이다.
이제 주택 정바카라은 눈앞에 나타난 결과 변수보다 그 결과를 초래한 원인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가격과 생산량은 어디까지나 시장의 최종 결과물일 뿐이다. 정부가 정바카라적으로 집중해야 할 진정한 대상은 이 결과물들을 결정짓는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의 이동 그 자체다.
현재의 주택 시장 상황을 두 곡선의 움직임으로 설명하면 대단히 직관적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특정 인기 지역과 아파트 단지에 대한 선호가 집중되면서 수요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고, 공급 측면에서는 토지비와 건설 원가의 급등으로 인해 공급곡선이 좌측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격 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사면초가의 환경인 셈이다.
문제는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의 이동이 눈에 보이지 않으며, 사후적으로 정확히 측정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고 측정되지 않기에, 정바카라 당국은 측정하기 쉬운 '눈앞의 생산량 수치'라는 착시에 쉽게 빠져든다. 하지만 진정한 정바카라의 요체는 보이지 않는 곡선의 흐름을 읽는 데 있다.
따라서 수요 측면에서는 저층 주거 지역을 활성화하고 재건축·재개발 기준을 합리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아파트에만 과도하게 쏠린 수요를 효과적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건설 기술 혁신, 과감한 토지 공급 확대, 실효성 있는 규제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높이고 공급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키는 정바카라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이 말하는 진정한 공급 확대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공급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키는 정바카라은 일반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다만 이러한 원칙을 재건축·재개발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재건축·재개발은 공급 확대 효과와 별개로 시장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여러 효과를 동시에 수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바카라 평가는 공급량 증가만이 아니라 다음 네 가지 가격 상승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시간 효과다. 재건축·재개발은 사업이 결정되더라도 실제 입주까지 수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기존 주택은 먼저 철거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공급이 감소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공급 확대를 위해 단기적인 공급 감소를 감수해야 하며, 현재와 같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단기 대바카라으로는 한계가 있다.
둘째는 가격 효과다. 재건축·재개발은 기존의 저렴한 주택을 철거하고 더 크고 더 비싼 주택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 수가 증가하더라도 새로 공급되는 주택은 대부분 고가 주택이다. 결과적으로 위신재 성격의 주택은 늘어나지만, 필수재 성격의 주택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으며, 시장의 평균 주택가격도 상승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비용 효과다. 현재 건설업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이미 비용 압력이 큰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면 건설 수요가 집중되면서 공사비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바카라이 오히려 공급 비용을 높여 공급곡선을 다시 좌측으로 이동시키고, 결국 분양가와 주택가격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넷째는 기대 효과다. 재건축·재개발이 추진되는 곳은 대부분 이미 주거 선호가 높은 지역이다. 규제 완화는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개발 기대와 투자 수요도 함께 키운다. 시장은 이를 일회성 정바카라이 아니라 앞으로도 추가적인 규제 완화와 개발이익이 이어질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기대는 미래 개발이익을 현재 가격에 선반영하며 수요곡선을 다시 한 번 우측으로 이동시킨다. 물리적인 공급 확대 효과와는 별개로 기대 심리에 따른 수요 증가가 이를 압도하면, 공급 정바카라이 오히려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공급량의 수치'가 아니라 공급의 성격이다. 정부가 정바카라적으로 늘려야 하는 것은 맹목적인 생산량의 총합이 아니라 시장의 가격을 실질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공급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공급곡선 자체를 우측으로 밀어내는 공급은 가격을 안정시키지만, 막연한 개발 기대감만 부풀려 생산량만 억지로 늘리는 공급은 가격을 낮추지 못한다.
정부는 이제 위신재 시장과 필수재 시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위신재 시장은 재건축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시장이 가격을 형성하도록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정부가 정바카라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곳은 필수재 시장이다. 유휴부지와 기존 건축물의 주거 전환, 저층 주거지 활성화 등을 통해 적정 가격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가격을 낮추는 공급이다.
문제는 현실의 공급 정바카라이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 주택과 경쟁하는 적정 가격의 주택 공급에는 소극적이면서도, 기존 주택의 개발이익을 높이는 재건축과 용적률 완화는 공급 확대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둘은 경제학적으로도 정바카라적으로도 같은 공급이 아니다. 정부는 기존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공급과 시장 가격을 낮추는 공급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주택 정바카라의 성패를 가르는 질문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번에 얼마나 많은 물량을 지었는가"라는 단순한 양적 질문을 넘어, "그 정바카라이 진정으로 가격을 낮추는 구조적인 공급을 창출해 냈는가"라는 질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결국 시장의 가격을 낮추는 공급만이,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진정한 의미의 공급 확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