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삼청동 북부, 금융연수원 인근을 걸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주말이면 사람들이 줄을 서던 거리였지만 지금은 북부 지역 전체가 공실이다. 이대앞, 가로수길, 경리단길에 이어 삼청동도 장기 공실 상권의 반열에 올랐다.
삼청동은 2000년대 중반, 예술가들이 한옥 골목에 갤러리와 공방을 열면서 조성된 1세대 골목상권이다. 현재 위기 상황에 오기까지 두 번의 사이클을 거쳤다.
첫 번째는 화장품 로드숍 사이클이다. 2013년 전후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형 브랜드가 삼청동에 매장을 열며 '제2의 뷰티거리'로 재편됐고, 중국 관광객(유커)을 겨냥한 로드숍이 급속히 늘며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2017년 사드 배치라는 외교·안보 정바카라 결정에 중국이 단체관광 중단으로 대응하면서, 상권은 급속히 무너졌다. 이대앞 상권과 거의 같은 경로였다.
두 번째는 청와대 이전 사이클이다. 2022년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북촌·서촌·삼청동 일대가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고, 소상공인과 건물주들은 이를 장기 국가 프로젝트로 믿고 투자에 나섰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윤석열 정부는 개방 당시 제시한 문화지구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투입하지 못했다. 그렇게 유지관리되어 온 청와대는 정권 교체 이후 대통령 집무실로 복귀했고, 삼청동 공실은 복귀 후 오히려 늘었다.
두 사이클의 붕괴는 모두 정부 정바카라에서 비롯됐다. 중국 보복은 외교 정바카라의 결과였고, 청와대 개방·복귀는 국정 운영 방식의 결과였다. 상권 스스로의 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정부가 만든 급격한 정바카라 변화가 매번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청와대 이전이나 복귀, 사드 협상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다. 불가피한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정바카라 결정 과정이 정당했는지는 질문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 결정하면서 지역슬롯 영향을 평가하고 이들과 소통했을까?
상인들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정부 정바카라만 믿고 투자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정부의 정바카라 변화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상인회와 지역슬롯가 정바카라 결정 과정에서 의견을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