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의 조건

공급 확대의 조건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 부동산 논의에서 거의 상식처럼 통용된다. 정치권도, 언론도,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공급 확대를 처방으로 내놓는다. 경제학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어떤 공급인가이다. 공급이 가격을 낮추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만 확대하면 오히려 가격을 높일수도 있다. 오늘날 한국의 주택시장이 바로 그런 사례다.


공급 확대-가격 인하의 논리

경제학 교과서에서 공급 증가가 가격을 낮추는 경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생산비 절감 경로다. 기술 혁신이나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생산비가 낮아지면, 기존보다 낮은 가격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공급자가 시장에 진입한다. 저비용 공급자의 등장이 시장 전체의 가격 기준을 끌어내린다. 둘째는 규제 완화 경로다. 용적률 상향 등 개발 규제를 풀면 같은 토지에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토지 희소성이라는 구조적 제약을 우회하여 공급량을 늘리는 방법이다.


두 경로 모두에서 공급이 늘어나면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고, 공급자들은 수요자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게 된다. 그 결과 신규 주택의 가격이 기존 주택의 시장가격보다 낮아지고, 이것이 시장 전체의 가격을 끌어내린다. 신규 공급의 가격이 기존 주택보다 낮아지는 것은 전제가 아니라 공급 확대가 제대로 작동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주택시장은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어려운 두 가지 조건을 갖고 있다. 하나는 고비용 공급(Cost Effect)이고, 다른 하나는 개발 기대(Expectation Effect)다.


가격을 올리는 첫 번째 경로: 고비용 공급

문제는 현재 한국의 신규 주택 공급이 이 메커니즘의 정반대 조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재비와 인건비의 지속적 상승으로 신규 주택의 생산비가 기존 주택의 시장가격을 웃돌고 있다.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새로 공급되는 주택은 기존 주택보다 비싸게 분양된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 과정의 구조적 특성이 가격 상승 압력을 더한다.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을 부담하더라도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는 평형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대형화는 총 거래가격을 끌어올려 시장의 가격 기준점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비용 신규 공급은 시장의 새로운 기준가격(reference price)을 형성한다. 신규 분양가가 높아질수록 기존 주택의 기대가격도 함께 상승한다. 결국 공급량은 늘어나지만 공급가격 역시 높아지면서 시장 전체의 가격 기준이 상향 조정된다. 공급이 늘수록 가격 기준도 함께 올라가는 구조다.


가격을 올리는 두 번째 경로: 개발 기대

두 번째 경로는 더욱 구조적이다. 일반 내구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으로 가치가 하락한다. 자동차도,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주택도 건물 자체만 보면 노후화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한국의 구축 아파트에서는 이 정상적인 감가상각이 작동하지 않는다. 노후화될수록 재건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재건축 기대가 감가상각을 상쇄하거나 능가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해 용적률 완화를 반복하면, 재건축 시 얻을 수 있는 개발 이익의 기대치가 올라가면서 구축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상승한다.


토지가격은 그 토지에서 미래에 얻을 수 있는 개발 이익의 현재가치다. 정부가 용적률을 완화하면 시장은 이를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추가 완화의 신호로 읽는다. 한 번 풀었으니 다음에도 풀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된다. 이 기대는 즉각 토지가격에 반영되고, 인근 지역 전반의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기존 주택가격도 동반 상승한다. 용적률 완화는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공급 대상인 구축 아파트의 가격도 함께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낸다. 공급 정바카라이 공급 대상의 가격을 올리는 구조적 역설이다.


이 역설은 지역에 따라 불균등하게 작동한다. 재건축 사업성은 분양가와 토지가격의 차이에서 나온다. 선호 지역일수록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으므로 사업성이 높고, 사업성이 높을수록 재건축 기대가 먼저, 더 강하게 가격에 반영된다. 용적률 완화가 있을 때마다 그 수혜는 선호 지역에 집중된다. 결과적으로 공급 확대 정바카라은 선호 지역의 가격을 구조적으로 계속 끌어올리는 반면, 사업성이 낮은 비선호 지역은 재건축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급 정바카라이 지역 간 가격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심화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공급 확대가 가격을 낮춘다는 명제는 틀린 것이 아니다. 조건부로 옳다. 신규 공급의 생산비가 기존 주택의 시장가격보다 낮을 것, 그리고 공급 정바카라이 추가 개발 기대를 자극하지 않을 것. 이 두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만 성립한다. 현재 한국은 이 두 조건을 모두 위반하고 있다.


이 두 조건을 충족하는 방법은 사실 단순하다.

첫째는 국가 역량을 집중하여 주택 건설 기술을 현격히 혁신하는 것이다. 모듈러 공법, 건설 자동화, 표준화된 설계 등을 통해 신규 주택의 생산비를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면, 공급 확대는 비로소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에서 작동한 논리가 주택에서도 작동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둘째는 재건축·재개발 기준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반복적인 용적률 완화는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고, 미래의 개발이익을 현재 가격에 선반영하게 만든다. 정바카라이 일관성을 유지할 때 비로소 감가상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노후 주택 가격도 안정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재개발·재건축 기준의 결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서 국가로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지자체가 개발 압력에 취약한 구조에서는 기준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논의는 공급량(quantity)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공급량뿐 아니라 공급가격(price)이다. 기존 주택보다 비싼 신규 공급은 공급량을 늘리더라도 시장가격의 기준을 낮추지 못한다.


공급 만능론은 신화다. 정확히는, 공급의 조건을 무시한 공급 만능론이 신화다. 집값을 잡고 싶다면 공급량의 숫자가 아니라 어떤 공급인지를, 그리고 그 공급이 어떤 기대를 만들어내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저층이어서 아름다운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