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포퓰리즘

서울 포퓰리즘


서울의 시대가 왔다. 외국인 관광객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K-팝과 K-드라마, K-뷰티는 서울을 세계 젊은 세대가 가장 경험하고 싶은 도시 가운데 하나로 만들었다. 세계 주요 여행 플랫폼과 도시 브랜드 조사에서도 서울은 빠짐없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때 행정과 산업의 도시였던 서울은 이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글로벌 도시로 자리 잡았다.


도시 경쟁력에 대한 국제 평가도 이러한 변화를 확인해 준다. 일본 모리기념재단(The Mori Memorial Foundation)의 글로벌 파워 시티 지수(Global Power City Index)는 경제, 연구개발, 문화교류, 거주환경, 접근성 등 도시의 종합 경쟁력을 평가한다. 서울은 이 지수에서 2020년 세계 8위에서 2025년 6위로 상승했다.


미국 컨설팅회사 커니(Kearney)의 글로벌 도시 지수(Global Cities Index) 역시 기업 활동, 인적자본, 정보 교류, 문화 경험, 정치 참여 등 도시의 글로벌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서울은 2020년 17위에서 2025년 12위로 뛰어올랐다. 평가 항목은 다르지만 두 지수 모두 지난 5년 동안 서울의 국제 경쟁력이 뚜렷하게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포퓰리즘의 징후

도시가 성공하면 시민의 자부심도 커진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자부심이 과신으로 이어질 때 포퓰리즘이 시작된다. 특히 정치가 시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경쟁적으로 확대하면서 현실보다 기대가 앞서기 시작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한 후보가 서울을 뉴욕과 경쟁하는 글로벌 G2 도시로, 다른 후보는 세계 3대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서울이 현재의 세계 10위권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뉴욕·런던·파리·도쿄가 오랫동안 형성해 온 글로벌 톱4 구도에 서울이 단기간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는 현실적인 도시 비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서울의 또 다른 성적표

삶의 질에 대한 국제 평가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 EIU)의 2026 세계 거주적합성 지수(Global Liveability Index)에서 서울은 58위를 기록했다. 안정성, 의료, 교육, 문화·환경,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글로벌 경쟁력에서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삶의 질에서는 훨씬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보행 환경도 마찬가지다. 국제 연구기관 ITDP(교통발전정바카라연구원)의 '보행자 우선 도시(Pedestrians First)' 지표는 위성자료와 GIS를 활용해 도시의 보행 구조를 비교한다. 학교와 병원 등 생활편의시설 접근성, 대중교통 접근성, 블록 밀도, 가중 인구밀도, 그리고 집에서 걸어서 100m 안에 공원·광장·보행자 전용거리 같은 자동차 없는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주민의 비율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서울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중교통과 높은 인구밀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블록 밀도는 65로 도쿄의 102보다 크게 낮고, 필수시설 접근성은 61%로 파리 85%, 도쿄 77%, 부산 74%보다 뒤처진다. 집에서 걸어서 100m 안에 자동차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광장·보행자 전용공간이 있는 주민의 비율도 33%에 그쳐 파리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 포퓰리즘을 넘어

나는 이러한 현상을 '서울 포퓰리즘'이라 부르고 싶다. 서울의 성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공을 과장하는 데서 시작되는 포퓰리즘이다. 시민의 자부심은 정치인의 구호가 되고, 정치인의 구호는 다시 시민의 기대를 키운다. 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현실의 과제는 점차 뒤로 밀려난다.


정치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서울 시민들도 서울에 대한 높은 자신감을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라이프스타일 카지노 게임 타임아웃(Time Out)의 2026년 보행환경 인식 조사다. 전 세계 2만4천 명의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서울 시민의 93%는 자신의 도시를 걷기 좋은 도시라고 평가했고, 타임아웃은 이를 바탕으로 서울을 세계에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로 선정했다. 시민의 인식을 측정한 결과와 ITDP가 도시 구조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결과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울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도시정바카라의 방향성 때문이다. 서울은 이미 글로벌 도시 경쟁에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서울시가 경쟁해야 할 대상은 뉴욕이나 런던이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이다.


원도심의 보행 환경을 지키고, 주거 부담을 낮추고, 공원과 녹지를 확충하고, 아이를 키우기 좋은 동네를 만들고, 걸어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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