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창업 논쟁의 본질


모두의 창업 논쟁의 본질


중소벤처기업부의 '모두의 창업' 프로그램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불씨가 됐지만, 그 너머에서 창업 생태계 설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창업 현장에서는 세 가지 비판이 반복된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을 권하는 것이 맞는가, 창업을 제대로 심사하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충분한가, 오디션과 경쟁 방식이 창업 문화에 맞는가.


필자가 보기에는 모두의 창업 논란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비기술 창업 육성 정바카라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면서 나타난 성장통이다. 모두의 창업 지원의 대상을 비기술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기존 기술창업 중심의 심사와 평가 기준에 맞지 않는 많은 비기술 창업자들이 진입한 것이다.


한국에서 비기술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2016년 미래부의 생활문화 청년혁신가 사업에서 시작됐다. 당시 정바카라 담당자들은 한국 창업생태계가 지나치게 기술창업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의식주 기반의 생활산업 창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려는 첫 시도였다.


이 흐름은 2019년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확장됐고, 2022년에는 국정과제로 격상되어 로컬 브랜드와 로컬 상권 지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26년 중기부는 모두의 창업에 로컬 창업 트랙을 열고, 소상공인 생활문화 혁신지원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모두의 창업 논란은 바로 이 10년 실험의 연장선 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10년의 여정이 쌓였다. 이제 다음 단계를 설계할 때다. 재설계의 방향은 세 가지다. 첫째, 로컬 크리에이터를 소상공인 지원 체계에서 분리해야 한다. 2022년 국정과제 이후 중기부는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을 소상공인 정바카라으로 통합했다. 대부분이 소상공인인 로컬 크리에이터를 소상공인과 상권 혁신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로컬 크리에이터의 본질은 지역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생활산업 기업을 만드는 창업자다. 이들의 자리는 소상공인 지원이 아니라 창업 생태계다.


둘째,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 비기술 창업 트랙을 열어야 한다. 한국의 창업 생태계는 오랫동안 기술창업 중심으로 발전해 온 결과,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심사위원, 멘토 등 창업 지원 주체들의 전문성 역시 기술창업에 집중되어 있다. 비기술 창업을 독립적인 창업 영역으로 인정하고 별도의 트랙을 운영해야 비로소 관련 전문성과 지원 역량이 축적될 수 있다. 비기술 창업자라도 전국·글로벌 시장을 향해 빠르게 성장하려는 기업은 이 트랙을 통해 기존 스타트업 생태계로 진입할 수 있다. 소상공인 지원 체계에서 분리된 로컬 크리에이터도 스케일업을 선택한다면 이 트랙으로 편입될 수 있다.


셋째, 일부 로컬 크리에이터를 포함한 스케일딥을 지향하는 창업자를 위한 독립적인 지역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스케일딥은 빠른 확장과 엑싯을 목표로 하는 스케일업과 달리, 지역에 깊이 뿌리내리며 지역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에 뿌리내리는 것을 1단계 목표로 하는 로컬 창업자, 소상공인, 크리에이터를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하고, 지역 상권을 기반으로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 창업정바카라은 기업이 얼마나 빨리 성장하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해 왔다. 지역 창업의 성공은 얼마나 오래 지역에 남아 새로운 일자리와 상권을 만드는가로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스케일딥 생태계가 필요한 이유다. 스케일딥은 스케일업을 부정하지 않는다. 지역에 깊이 뿌리내린 뒤 전국·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2단계 성장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성심당은 로컬에 기반을 두면서도 전국적 브랜드로 성장한 대표 사례다. 이러한 경로를 지원하는 자본 역시 단기적인 수익 회수보다 지역 임팩트를 중시하는 임팩트 투자에 더 가깝다.


세 방향의 공통 목표는 하나다. 한국 창업정바카라이 그동안 충분히 포용하지 못했던 비기술 창업자를 창업 생태계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기술 스타트업, 비기술 스케일업 창업, 지역 기반 스케일딥 창업이라는 세 개의 경로가 공존할 때 비로소 창업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모두의 창업 논쟁이 개인정보 유출이나 운영 방식에 대한 논쟁을 넘어, 어떤 창업자를 육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2016년 생활문화 청년혁신가 사업으로 시작된 비기술 창업 생태계 구축의 실험은 이제 완성 단계에 들어서야 한다. 중기부가 해야 할 일은 모두를 같은 방식으로 창업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창업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창업의 다양성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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