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광화문광장을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요즘 광화문광장을 걷다 보면 문득 "우리는 이 공간에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담으려는 걸까?" 하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각종 행사와 임시 구조물, 기념 조형물에 새로운 시설 계획까지 계속 중첩되면서 광장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거든요.
서울역광장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한때 도심의 관문이었던 그 공간은 버스 환승 시설과 각종 구조물이 들어서면서 시민이 머물고 싶은 장소로서의 성격을 잃었습니다. 광화문광장이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광화문광장의 문제는 행사와 시설, 두 가지입니다. 일단 일시적인 행사는 운영 방식을 바꾸어 줄이면 그만입니다. 시설은 복잡한데요. 한 번 설치된 '시설'은 향후 수십 년간 공간의 구조와 분위기를 결정짓기 때문에 정말 신중해야 합니다.
지금의 광화문광장은 이미 과밀하게 느껴집니다. 규모가 아주 거대한 광장도 아닌데, 중심축 위에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약 250m 간격으로 연속 배치되어 있으니까요. 게다가 북쪽 끝에는 이미 '광화문'이라는 압도적인 상징물이 존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조형물이 반복되면, 광장이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이 아니라 경직된 '기념 축'처럼 느껴질 위험이 있습니다.
공간의 관문 역할을 하는 '이순신 동상'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축의 방향성과 긴장감을 만들어주기에 현재 위치의 장소성이 분명합니다. 문제는 그 뒤에 놓인 '세종대왕 동상'입니다. 세종대왕의 역사적 위상과는 별개로, 미학적으로 보면 두 번째 거대 동상이 시선의 흐름을 끊고 공간의 여백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좋은 광장은 무엇을 세우느냐보다 '무엇을 비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세종대왕 동상을 광화문광장과 바로 인접한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해 봅니다.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은 2024년 9월 시민에게 개방된 공간으로, 조선 최고 행정기관의 건물지 유적을 발굴 상태 그대로 보존·정비한 곳입니다. 현재는 유구 보호와 공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대형 조형물을 품을 여지가 있습니다. 세종은 단순한 문화적 상징을 넘어 조선의 행정 체계와 국가 운영을 완성한 군주이기에, 국가 행정의 심장부였던 의정부라는 장소와의 역사적 연결성도 자연스럽습니다. 만약 이전된다면 두 공간 모두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맥락적인 구조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차제에 서울시 차원에서도 "한 장소, 한 상징" 원칙을 고민했으면 합니다. 강력한 공공 공간일수록 상징은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하나의 광장에 여러 기념물과 서사를 중첩시키기 시작하면 공간의 질서가 무너지고, 결국 시민의 체류 경험보다 시설물 자체만 전면에 등장하게 되니까요.
이 원칙은 이미 준공된 '감사의 정원'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6·25 참전 우방국들에 감사를 표하는 취지로 2026년 5월 준공된 이 시설은, 지상 조형물 자체는 규모나 위치 면에서 과도하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우려되는 지점은 이미 함께 개장한 지하 시설입니다. 지상의 '감사의 빛 23'과 지하의 미디어 체험 공간 '프리덤 홀'이 동시에 운영되면서, 광장의 성격 자체가 사실상 '복합시설화'되었습니다.
광화문광장은 본질적으로 비어 기능하는 '열린 도시 공간'이지, 지하 전시시설을 위한 진입 공간이 아닙니다. 지상 조형물은 유지하되, 지하 시설은 축소하거나 다른 공공 용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문 광장들의 구조는 의외로 아주 단순합니다. 상징적인 시설 한두 개만 남긴 채, 나머지는 빈 공간과 조경 중심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야 사람의 흐름이 보이고, 주변의 도시 풍경과 건축, 그리고 하늘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광장의 진정한 주인공은 그 위에 들어선 시설물이 아니라, 도시와 시민 그 자체여야 합니다.
광화문광장은 이제 "무엇을 더 채워 넣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단호하게 비워낼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광장이 도시에 기여하는 가장 탁월한 방식은, 때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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