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도시를 활용한 적이 없다

한국은 도시를 활용한 적이 없다


도시 없는 지역발전의 실패

지역발전 정바카라은 수십 년 동안 반복되어 왔다. 산업단지 조성, 관광단지 개발, 청년 지원 사업, 창업 지원, 도시재생, 생활 SOC 확대까지 수많은 사업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냉정하다. 지역은 지속적으로 인구를 잃고 있다. 지역 문제는 원도심에서 더욱 심각하다. 원도심은 쇠퇴하고 있고, 청년은 떠나며, 상권은 무너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이 도시, 즉 도시의 창의성을 제대로 활용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산업은 육성했지만, 도시를 경제 플랫폼으로 육성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한국의 지역발전 정바카라은 산업과 시설,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데 집중했고, 정작 사람들이 걷고 머물고 살고 일하는 '도시 환경' 자체는 전략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도시 정바카라은 주거 공급지나 이미 형성된 산업을 지원하는 업무·생활공간의 공급에 한정됐다. 그 결과 한국의 도시는 거주와 생활 기능은 빠르게 확장했지만, 새로운 산업과 라이프스타일, 창조적 커뮤니티가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창업과 창조 생태계는 자리 잡지 못했다.


산업슬롯 도시의 한계

현대 도시학은 도시를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주목한다. 새로운 산업도 도시 안에서 잉태되고, 문화도 도시 안에서 형성되며, 창업과 혁신 역시 도시적 환경 속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업슬롯 전체를 놓고 보면, 공장과 물류 중심의 산업자본주의는 도시 없이도 일정 부분 작동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 역시 오랫동안 산업단지와 대규모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했다.


사실 산업슬롯의 '도시 부재'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독일이나 미국 역시 산업화 시대에는 도시가 산업을 육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제조업과 대기업 시스템은 항만, 철도, 공업지대, 교외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생산 효율성과 물류 체계였다. 오늘날 우리가 도시 혁신의 상징처럼 생각하는 미국조차, 실리콘밸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도시가 창조산업과 혁신 생태계의 핵심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강하지 않았다.


독일은 산업강국이지만 도시에 대한 태도는 오히려 반도시적 성격이 강했다. 독일의 상류층과 전문직 계층은 오랫동안 대도시 중심 생활보다 전원적 소도시 환경을 선호했다. 넓은 정원과 숲, 저밀도 주거지, 조용한 생활환경은 독일 중산층과 상류층의 이상적 삶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독일의 많은 부유한 지역은 초고밀 대도심이 아니라 교외형 소도시나 전원형 주거지에 가깝다.


한국 도시의 구조 역시 기본적으로 산업슬롯 모델 위에서 형성되었다. 넓은 도로, 기능 분리형 신도시, 아파트 중심 주거지, 자동차 중심 이동 체계, 대규모 업무지구는 모두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산업슬롯 도시 구조였다. 이런 방식으로 압축성장에는 성공한 한국은 도시 자체를 창조성과 생활, 문화의 플랫폼으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이 한계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 스타트업 지원 정바카라과 벤처 투자 규모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정작 도시 차원의 창업 생태계는 충분히 형성하지 못했다. 많은 지역이 창업지원센터와 입주공간은 만들었지만, 창업가들이 서로 만나고 협업하며 생활까지 공유하는 도시적 환경은 만들지 못했다.


사실 산업슬롯 전체를 놓고 보면 자생적 창업 생태계는 극히 예외적인 현상이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는 기술과 창업, 도시문화가 결합된 드문 사례였으며, 대부분의 산업과 창업은 여전히 기존 제조업과 금융 시스템 내부에서 파생되었다. 산업단지와 업무지구 중심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창조적 도시문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뉴욕의 그리니치빌리지, 파리의 생제르맹데프레, 런던의 소호 같은 보헤미안 지구들은 예술가와 작가, 지식인과 창작자들이 밀집하며 독특한 창조 생태계를 형성한 예외적 공간이었다. 카페와 서점, 소극장과 작업실, 공동체 문화가 결합된 이런 지역들은 산업슬롯 도시 안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에 가까웠다.


그러나 탈산업슬롯는 다르다. 문화, 창업, 창조산업, 로컬 비즈니스, 관광, 콘텐츠 산업은 도시적 환경 없이는 성장하기 어렵다. 결국 지금의 지역 위기는 단순한 산업 위기가 아니라 '도시 부재의 위기'에 가깝다.


한국은 도시를 만든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도시는 어떻게 만드는가. 한국은 수많은 도시개발 사업을 했음에도 정작 '도시를 만드는 사업'은 거의 하지 않았다. 신도시는 주거단지를 만들었지만 도시를 만들지는 못했다. 아파트와 대형 상가, 넓은 도로는 공급했지만 골목과 가로, 생활권 문화는 형성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신도시는 잠자는 베드타운이 되었고, 주민들은 다시 서울 중심부로 이동한다.


도심 재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노후 건축물을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를 공급했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 골목과 상권, 생활 분위기는 대부분 사라졌다. 도시의 밀도는 높아졌지만 도시성은 약화되었다.


2010년대 추진한 도시재생도 근본적으로는 한계를 드러냈다. 벽화와 공공시설, 청년 공간과 축제를 공급했지만, 정작 도시의 핵심인 건축환경과 생활권 구조는 건드리지 못했다. 도시재생 사업이 끝난 뒤에도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이 계속 떠나는 이유다.


결국 지금까지 한국의 도시개발, 재개발, 도시재생 역사를 보면, '도시를 만드는 도시정바카라'을 제대로 시도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를 만드는 도시재생

그렇다면 도시를 만드는 도시 정바카라이란 무엇일까. 그 방법은 완전히 새로운 실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도시가 실제로 도시가 되어온 과정 속에 있다. 서양 도시도 그렇고 한국 도시도 그렇다. 오늘날 사람들이 매력적인 도시라고 느끼는 공간들은 대부분 행정 계획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이 오랜 시간 동안 창업과 문화, 상업과 생활이 결합되며 도시적으로 진화한 결과물이다.


도시 문헌이 강조하지 않지만, 우리가 선망하는 많은 도시가 1990년대 이후 탈산업화와 함께 비로소 라이프스타일과 창조성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산업슬롯 시기의 도시는 생산과 주거 기능 중심이었다면, 탈산업슬롯 이후에는 라이프스타일과 창조성, 문화와 커뮤니티가 결합된 생활권 중심 공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된 탈산업화가 도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점이 1990년대다.


서양 도시에서는 도심 저소득층 지역, 그리고 낙후된 산업지대나 항만지구, 철도 주변 지역들이 창조지구와 문화지구로 재편되었다. 뉴욕의 소호와 브루클린, 샌프란시스코의 미션 디스트릭트와 헤이즈밸리,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 같은 지역들은 기존 도시 조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작은 상점과 작업실, 카페와 문화공간이 축적되며 도시적 생태계를 형성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연남동, 연희동, 성수동, 익선동 같은 지역은 대규모 신도시 개발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다. 기존 저층 시가지와 골목 구조 위에 카페와 공방, 로컬 브랜드, 작업실과 문화공간이 축적되며 도시적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즉, 도시를 만든 것은 초고층 개발이 아니라 생활권 단위의 밀도와 관계, 그리고 건축환경이었다.


핵심은 건축환경이다. 도시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들이 걷고 싶고, 머물고 싶고, 일하고 싶은 공간에서 나온다. 좋은 도시란 화려한 랜드마크가 많은 곳이 아니라, 골목과 가로, 상점과 주거, 업무와 문화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생활권이다.


건축마을 전략

그래서 소멸 위기를 빠진 지역에 필요한 것이 도시적 건축환경을 만드는 ‘건축마을’ 전략이다. 건축마을은 예쁜 마을 만들기가 아니다. 건축환경 자체를 지역의 핵심 산업 자산으로 활용하는 생활권 단위 도시다. 상업, 업무, 주거, 문화공간이 결합된 저층 복합도시 모델을 바탕으로 직주락(職住樂)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접근이다. 장사만 하는 곳도, 거주만 하는 곳도 아니라 일하고 살고 즐기는 기능이 동시에 작동하는 생활권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도시개발은 기능 분리를 전제로 진행되었다. 주거는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업무는 오피스지구에, 여가는 쇼핑몰과 관광지에 분산되었다. 그 결과 원도심은 공동화되었고, 지방은 생활권 자체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반면 최근 주목받는 연남동, 연희동, 성수동 같은 지역은 상업 기능만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카페와 편집숍 뒤에는 작은 오피스와 작업실, 공유공간, 주거가 함께 존재했다. 사람들은 먼저 즐길 수 있는 동네를 찾고, 이후 일자리가 들어오며, 마지막으로 거주가 따라온다. 즉, ‘락(樂)’이 먼저 형성되고, 이후 ‘직(職)’이 들어오고, 마지막으로 ‘주(住)’가 따라오는 직주락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단순 관광객 유치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 사람들이 일하고 거주하며 생활하는 도시 구조 자체를 복원하는 데 있다. 특히 군청소재지와 읍 원도심은 가능성이 크다. 조선시대 읍성 기반 도시들은 이미 압축된 생활권 규모와 골목 구조, 저층 건축자산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잠재력이 오랫동안 방치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도시와 달리 소멸지역의 건축마을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기 어렵다. 원도심 공동화가 이미 오랜 기간 진행됐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정부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동네 단위 건축 마스터플랜과 지구단위계획 기반 접근이다.


대표적 사례가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의 ‘동네 건축 마스터플랜’이 작동하는 연희동이다. 연희동 사례는 개별 건축물이 아니라 골목과 가로 전체를 하나의 공간 생태계로 바라본다. 전면 철거 대신 리모델링과 증축을 통해 점진적으로 밀도를 높이고, 담장을 제거해 보행 동선을 연결하며, 작은 광장과 공유 골목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이는 건축환경 개선이 단순 외관 정비가 아니라 동네 분위기와 상권 구조를 바꾸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황두진 건축가 역시 최근 저서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에서 지구단위계획을 통한 무지개떡 건축 중심의 공급 전략을 제안한다. 무지개떡 건축은 1층 상업, 중층 업무, 상층 주거가 결합된 복합 건축 모델이다. 외부 계단과 옥상 마당, 입체적 보행 동선을 결합해 직주근접 도시를 구현하려는 전략이며, 단순 건축 디자인이 아니라 지구단위계획 수준에서 복합용도와 가로환경을 통합 설계하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건축마을 전략의 핵심은 개별 건물 지원이 아니라, 저층 복합용도 건축과 골목 중심 공간 설계를 하나의 생활권 단위로 통합 관리하는 데 있다.


건축환경 경쟁의 시대

최근 정부 정바카라도 조금씩 이런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토부의 건축자산 정바카라, 서울시의 건축자산 진흥구역, 국가유산청의 근현대문화유산 정바카라, 지자체의 노후주택 수리 지원 사업은 모두 개별 건축물 보존을 넘어 저층 도시경관과 생활환경 전체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변화는 정바카라 단위가 개별 건축물에서 지구 단위 생활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문화재 보존, 집수리, 도시재생 사업이 각각 분절적으로 운영되었다면, 최근에는 골목과 가로, 상가와 주거, 역사환경 전체를 하나의 공간 생태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소멸지역 상황과 도시 정바카라의 변화를 종합하면, 앞으로의 지역 경쟁력은 산업단지 경쟁이 아니라 건축환경 경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점점 더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사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제 지역발전의 핵심은 산업단지가 아니라 도시다. 사람들은 지원사업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살고 싶고, 머물고 싶고, 일하고 싶은 도시를 따라 움직인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실리콘밸리는 '도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