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링
수아가 타인의 잠재의식에 미러링 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인간의 감각기관이나 물리적 작용 없이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하는 텔레파시 개념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메커니즘이 달랐다.
터무니없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조상이 꿈에 나타나 로또번호를 알려줬다고 말하는 어느 1등 당첨자처럼,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초자연적 현상일지도 모를 일이다.
수아가 보여준 잠재의식 미러링 현상은 뇌신경과학의 중요한 사례였지만, 모라박사는 이 내용을 학회에 공개하지 않았다. 검증을 이유로 수아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는 게 싫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면 유도제 투입할게요. 숫자를 10부터 거꾸로 세 주세요."
숫자를 다 세기도 전에 태우는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잠든 시간만큼은 세상 시름을 다 잊기 마련이었지만, 태우의 얼굴에선 그늘이 가시지 않았다.
뇌파 감지기를 지켜보던 모라가 수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태우의 꿈속은 텅 빈 공허로 가득했고, 그의 어깨는 내리는 비조차도 힘에 겨워했다.
수아가 태우에게 다가갔다.
"이제 가야 해요"
태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아가 내민 손을 잡았다.
공간이 물결처럼 일렁이더니, 그들 앞에 커다란 포털이 생겨났다. 그리고, 두 사람은 포털 속으로 사라졌다.
낮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밤도 아닌, 백야처럼 그늘져 보이는 하늘엔 붉은색 달이 떠 있었고, 그들은 억새로 뒤덮인 늪지대에 있었다.
"기철 꿈속에 왔어요."
이렇게 현실처럼 생생한데 타인의 꿈속이라니, 수아의 말을 믿기 어려웠던 태우는 바닥에 있는 웅덩이를 보지 못하고 걸려 넘어졌다.
"조심하세요. 꿈이지만 현실처럼 상처가 생기고, 고통도 느껴져요. 여기는 기철의 꿈속이에요. 현실보다 더 위험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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