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와 효율을 좇는 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들을 평가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없어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조금만 리소스를 투입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 이런 부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놓치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반면 수치화할 수 있는 것들은 갈수록 세분화된다.
더 정확하게 측정하고, 더 세밀하게 관리하고, 조금이라도 더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계속 새로운 기준들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은 엄청난 효율을 낼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필요한 일이고,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모든 것을 숫자로 관리하려다 보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숫자로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다.
정확히 말하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이 느끼는 미묘한 불편함이나 직원들이 쌓아가는 피로감, 조직 안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불만 같은 것들은 쉽게 수치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결국 어느 순간 숫자로 나타난다.
고객이 떠나고, 직원이 떠나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나서야 그때부터 원인을 찾기 시작한다.
그때는 이미 늦은 경우도 많다.
반대로 당장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은 계속 세분화된다.
성과를 더 정확하게 측정하고, 생산성을 더 세밀하게 관리하고, 효율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방법을 찾는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긱 이코노미의 단점들만 모아 붙여놓은 것 같은 회사들도 생긴다.
기술과 효율은 뛰어날지 몰라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주는 것에서는 점점 멀어진다.
이면을 봐야 하는데 그 이면은 당장 수익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등한시하게 된다.
모든 기술의 발전은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일 텐데, 정작 인간에게 중요한 것들은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시스템 밖으로 밀려나는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인간을 위한 기술의 발전은 아직 시작 전인가 보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라는 걱정도 그렇다.
만약 기술이 처음부터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조금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면 지금처럼 기술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마 많은 경영인들이 인문학을 강조했던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기술을 모르기 때문에 인문학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술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결국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지 잊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냥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막연히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는 것이 안타까운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세상이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내가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 같다.
효율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뿐이라는 게.
어쩌면 지금 내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