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만들어지는 걸까

넥타이를 매다 아빠를 생각했다.

byRey

넥타이를 할 일이 생겨 옷장 문을 열었다.


난 넥타이가 꽤 많다.

그런데 정작 매고 다니는 건 몇 개 정해져 있다.


슬롯 초년생 시절에 구입했던 넥타이도 아직 있었다.

아빠가 하고 다녔던 것도 두 개 있었다.


아빠 물건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보니,

그러고 보니 아빠 넥타이가 있었구나 싶었다.


신중하게 넥타이 하나를 골라 목에 둘렀다.


그리고 손에 쥐었다.


그런데,


'어?'


순간 양손이 멈췄다.


넥타이를 잡고 있던 오른손을 왼손 위로 올려봤다.

어색했다.

이번에는 왼손을 오른손 위로 올려봤다.

역시 어색했다.


원래 넥타이를 잡으면 아무 생각 없이 손이 움직여야 했다.

20년 넘게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낯선 느낌이었다.


제대로 정장을 입었던 게 2년이 넘은 것 같다.

그마저도 넥타이를 하지 않았던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20년 넘게 해 오던 일이 이렇게 낯설어질 수 있나.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괜히 아빠를 떠올렸다.


내게 넥타이 매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은 아빠.


누구에게 배운 기억도 없이 넥타이를 그냥 매게 된 나.


그러고 보니 아빠한테 배운 것이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이 목욕탕을 간 적도 없으니까.


언젠가 아들이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시간이 날 때마다 아들에게 음식을 해준다는 아버지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이유를 묻자, 나중에 아들이 그 음식을 먹었을 때 아빠를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빠가 내게 무언가를 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아빠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빠가 음식을 해주지 않아도 기억하고,

무언가를 가르쳐주지 않아도 기억한다.


아빠가 넥타이 매는 법을 알려줬다면 그 모습이 기억에 남았을 것이고,

알려주지 않았다면 또 그것대로 기억에 남는다.


무언가를 남기려고 애쓴다고 반드시 남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려고 해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양손을 이리저리 몇 번 움직였다.


그러자 몸이 조금씩 기억을 되살려냈다.


'아, 이거였지.'


손이 다시 익숙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모양으로 매듭을 만들었다.


그리고 흐트러질까 싶어 목에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매듭을 그대로 둔 채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아빠 넥타이도 그 옆에 걸어두었다.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나중을 위해 미리 만들어둘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좋았든 싫었든,


기억해야 할 사람은 결국 기억나기 마련이니까.

작가의 이전글인간을 위한 기술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