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작가의 바카라을 보고 있다고 했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바카라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나는 누구에게 바카라을 권하거나 선물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어떤 바카라이 좋겠냐고 물어본 후, 무라카미 하루키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추천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전혀 알지 못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마음 안쪽으로 들어오는 일은.
그녀는 드라마를 두 편 추천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와 ‘멜로가 체질’
내가 웃을 수 있도록, 내가 잘 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말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어딘가를 건드렸다.
“잘못 걸렸어. 아주 잘못 걸렸어.”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말의 온도를 나는 알고 있었다.
전화 통화를 했다.
목소리를 듣기 전과 후가 조금 달랐다. 글자로만 있을 때보다 목소리는 훨씬 구체적이었다.
‘대니쉬 걸’을 보고 에디 레드메인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는 장면이 자기 같았다고 했다.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어서, 그래서 더 힘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생각했다.
괴롭기를 선택한 사람은 그 괴로움을 감당해야 한다고. 그런데 그 곁에 서 있는 사람이 같이 괴로워진다면 그건 무엇일까.
수면제를 먹었다고 했다.
약을 먹었으면 잠이 빨리 오도록 놔두어야 할 텐데 잠이 오는 걸 끝까지 버틴다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2시 30분까지 같이 있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