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완벽주의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강점검사에서 ‘최상화’가 나오지 않아도, 나의 완성 기준이 남들보다 훨씬 높다는 것쯤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감이 없는 일은 끝이 없었다. 끝없이 뜯어고치고 수정해도 좀처럼 ‘끝’이라는 말에 닿지 않았다.
심지어 여기에 경증의 강박 증상까지 더해지면 비극의 서사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내가 강박이 있다는 걸 처음 안 건 우울 증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았을 때였다. 그전까지는 그냥 ‘정리를 좋아하는 깔끔쟁이’ 정도로만 생각했다. 물건은 꼭 제자리에 있어야 마음이 안정됐고, 내가 정해놓은 방식이 조금이라도 어그러지면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그게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라 일을 하는 방식에까지 깊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완벽주의는 더 오래된 친구다. 어릴 때부터 과제를 제출하면 선생님들이 말했다.
“어… 이렇게까지?”
그건 ‘정말 잘했다’의 뜻이라기보다는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는 그 정도는 해야 마음이 놓였다. 그래야 완성이라고 느껴졌으니까.
그래서 어떤 일을 맡으면 나는 나를 쥐어짜듯 몰아붙였다. 마감이 없었다면 아마 그 마감 이후에도 ‘업그레이드-업그레이드’ 모드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완성이라고 말했던 모든 결과물은 사실 ‘마감에 맞춰 겨우 인정한 버전’이었다.
겉으로 보면 좋은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꼼꼼하고, 성실하고, 바카라임감 있어 보이니까. 일을 맡긴 사람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일을 하는 나는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 정도 열정이면 좋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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