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려고 해도 이유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날이 있다.
마음속 공간이 갑자기 뿌연 연기로 가득 차는 느낌. 멀쩡히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눅눅한 습기가 훅 들어와 감정을 적셔버리는 순간. 도무지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알 수 없을 때.
특정한 이유가 있는 불안이면 차라리 낫다. ‘아, 이 일 때문에 불안하구나’ 하고 원인을 붙잡아 해결하면 되니까. 문제는 아무 이유도 모르겠는 날이다.
나는 이런 날이면 나와 대화를 한다.
그냥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로 ‘제3자의 내가 나를 인터뷰한다’는 느낌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다른 사람이 보면 아마 “저 사람 미쳤나?” 하거나 “연기 연습하나?” 하고 지나치겠지만, 그게 무슨 문제인가. 내 정신건강이 더 중요하다.
처음엔 거울을 보고 말을 걸었다.
“너 뭐 때문에 그래? 지금 어떤 마음이 드는데?”
그러면 또 다른 내가 대답을 한다.
“이 일이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은 나한테 잘 맞는 일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거 할 때마다 어깨가 툭 아래로 내려앉아.”
이런 대답들은 입 밖으로 내뱉기 전까지는 정리가 안 된 덩어리였다. 그런데 말로 꺼내는 순간 형태가 생겼고, 그제야 ‘아, 내가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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