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

'베르나르 베르베르' 강연을 듣고

by현월안





얼마 전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에 왔다. 그의 강연을 듣고 싶어서 지인과 갔다. 오래전 그의 소설 '개미'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를 통해 인간 슬롯를 해부해 내던 통찰, 그리고 '타나토노트'에서 죽음 이후의 세상을 상상력으로 펼쳐 보이던 대담함은 내 독서의 지평을 한순간에 넓혀 놓았다. 그 바카라은 이야기를 읽는 경험을 너머,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흔들어 놓았다.



그래서 그의 소식을 들었을 때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지인과 함께 강연장을 찾았다. 설렘은 생각보다 컸다. 오랫동안 바카라으로만 만나던 사람을 실제로 만나는 일은 좀 설레는 일이다. 마치 오래 편지를 주고받던 사람을 처음 만나는 기분 아닐까 싶다.



강연장에는 3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연령도, 직업도 달라 보였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한 작가의 문장을 따라 어느 시간을 건너온 사람들 인지도 모른다.



드디어 그가 무대에 올랐다. 첫인상은 의외였다. 세상에서 이천만 부 넘는 바카라을 판매한 거대한 작가라기보다 장시간 비행 끝에 막 도착한 여행자처럼 조금은 피곤해 보였다. 화려한 아우라도, 특별한 연출도 없었다. 너무 평범해서 놀랐다.



유명인을 만나기 전에 특별함을 기대한다. 천재 작가라서 말투도 다를 것 같고, 세계적인 작가라서 현실에서도 소설 속 인물처럼 신비로울 것이라고 상상한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 특별함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특별한 것에 특별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야 세상이 이해되기 때문일 것이다.



강연이 시작되자 마이크를 잡은 그는 금세 달라졌다. 질문 하나하나를 허투루 넘기지 않았고, 청중을 향한 눈빛에는 호기심과 따뜻함이 함께 담겨 있었다. 오랫동안 상상력을 업으로 살아온 사람에게서 풍기는 묘한 생명력이 흘러나왔다.



더 인상적인 것은 객석이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숨소리마저 죽인 채 그의 말을 따라가고 있었다.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고, 단순히 유명인을 보러 온 사람들의 호기심과는 조금 달랐다. 자신의 시간 한 조각을 그의 문장과 함께 보냈던 사람들, 그의 바카라에서 위로를 받고 질문을 얻었던 사람들이 보내는 눈빛이라서 뭔가 달랐다.



그 순간, 사람을 빛나게 만드는 것은 그 순간 함께하는 마음이고 그 작가의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는 진심이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의 눈빛은 생각보다 아름답다. 그것은 한 사람을 향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기 안에 아직 살아 있는 꿈을 바라보는 눈빛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강연은 어느새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개미를 쓰기 전의 자신에게 단 한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습니까?"라는 질문. 순간 그의 표정이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 차분하던 눈빛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짧게 말했다. "위험을 무릅쓰세요. 모험을 하세요"

곧이어 한국어 동시통역이 귀에 들려왔다. "위험을 무릅쓰세요. 모험을 하세요" 이상한 일이었다.

흔한 말인데도 다들 전혀 흔하게 들리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내 삶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마지막에 건네는 한 문장 같았다. 그런데 보통 사람의 삶은 안전을 선택하는 삶으로 채워져 있다. 실패하지 않는 길, 손해 보지 않는 길, 상처받지 않는 길을 찾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안전한 길을 쫒는 사람에게 새로운 조언이 좀 낯설다.



나이가 들수록 어쩜 경험이 많아지는 대신 용기를 조금씩 잃는다. 가능성을 계산하고, 손익을 따지고, 이미 지나온 실패를 기억하고 나를 설득한다.

'지금도 괜찮아.' , '굳이 바꿀 필요가 있을까' ,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 말은 대부분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틀리지 않는 말이 언제나 살아 있는 말은 아니다. 살아 있는 사람은 넘어질 가능성을 알면서도 한 걸음을 내딛는다. 모험은 아직 오지 않은 자신을 믿는 일이기 때문에.


~~~~~-----==~--ㄱ


그날 나는 세계적인 작가를 만났다. 그는 특별한 비밀을 알려주지 않았다. 성공 공식도, 글쓰기 비법도, 인생을 바꾸는 기적 같은 방법도 말하지 않았다. 대신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한 문장을 남겼다. "위험을 무릅쓰세요. 모험을 하세요." 그 말이 그렇게 내게는 와닿는 말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위대한 사람은 특별한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고, 너무 평범하게 사는 이들에게 다시 살아나게 하는 의미 정도로만 이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