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명 앞에서

두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생의 신비

by현월안




안양천 산바카라길에서 작은 생명 하나를 만났다. 여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오후였다. 평소처럼 걷던 길에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 보니, 그 중심에 손바닥만 한 아기 새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갓 태어난 듯 솜털이 보송보송했고, 아직은 세상보다 두려움이 더 커 보이는 작은 몸이었다.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새를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온 마음을 다해 안타깝게 바라보고 또 누군가는 휴대전화를 꺼내 동물구조센터를 검색했다. 작은 생명을 눈앞에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왠지 무바카라임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 누군가 구조센터에 전화를 건 이의 설명은 동물구조센터의 상담원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고. 새가 움직이는지 어미가 근처에 있는지, 주변이 위험한 곳인지를 확인하고는 의외의 설명이었다고. 요즘은 어린 새가 비행 연습을 시작하는 시기이고 둥지를 떠난 새가 처음부터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라 땅에 떨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푸드덕거리기를 반복하며 날개를 익히는 시기라고.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 동안 땅에 머물며 나는 법을 배운다고.



사람이 보기에는 구조가 필요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성장의 한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이해가 되는 그 의미들. 새는 태어나면서부터 하늘을 나는 줄 알았다. 날개가 있으니 당연히 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늘을 가르는 그 가벼운 몸짓 뒤에는 힘겨운 시간이 숨어 있었다.



그 두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시간. 아기 새는 그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가까운 나뭇가지 사이에서 어미 새 한 마리가 쉴 새 없이 울고 있었다. 마치 아이를 부르는 듯, 때로는 응원하는 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 모습을 보며 가장 힘든 것은 아기 새이지만 또 그만큼의 고통을 어미새와 함께하고 있었다.



어미 새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아기새가 지금 얼마나 두려운지. 세상이 얼마나 낯설고 위험한지. 당장 품 안으로 데려와 보호하고 싶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미는 대신 날아줄 수 없다. 대신해 줄 수 없는 시간이다. 사랑하는 것은 또 지켜보는 일인 것처럼. 품 안에만 두면 안전할 수는 있다. 영원히 날 수는 없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렇다. 아이가 처음 걷던 날에도, 처음 학교에 가던 날에도, 처음 실패를 경험하던 날에도 부모는 마음속으로 아파한다. 그리고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삶은 그렇게 저마다의 날개로 날아야 하기에.



인간의 욕심 속에도 흔히 처음부터 잘 날았을 것이라 또 더 잘할 거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에게나 깊이 머문 시간이 있다. 외로움의 시간과 길을 잃은 시간. 아무리 애써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시간이 있다. 그래서 살아 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견디는 일이다. 누구도 예외 없이.



살아 있음은 고행이라고. 인간 삶의 대부분은 하루하루를 버티고 넘어지고, 또다시 일어선다. 고통은 인간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장시키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기에. 아기 새가 땅에 떨어져 있는 며칠을 견디지 못하면 하늘을 날 수 없듯이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참 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아기 새는 여전히 웅크려 있었고, 어미 새는 가까운 곳을 맴돌고 있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대신 나도 간절한 바람은 함께 보탰다. 견뎌낼 수 있다고.



어쩌면 인간은 모두 그런 존재인지 모른다. 저마다 날개가 있는데도 날지 못해 불안해하고, 남들은 이미 하늘에 오른 것 같아 조급해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실패라고 오해하는 일들. 그런데 시간은 준비된 날개에게만 열린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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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그 산바카라길의 작은 아기 새가 무사히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생이 고행인 것도, 그 고행 끝에 날개가 완성되는 것이 진실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