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아름다운 풍경을

헤가 순하게 내려앉는 저녁이면 덩달아 순해진다

by현월안




해질 무렵 동네를 걷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만났다.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페달을 멈추더니 하늘을 향해 외쳤다. "엄마, 하늘이 너무 예뻐!" 그 말 한마디에 그 아이의 엄마도 걸음을 멈추고 아이와 같은 높이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와, 이쁘네." 길지 않은 감탄이고 설명도 없고 해석도 없다. 그저 아이의 놀라움을 함께 바라보는 짧고 따뜻한 동의였다.



나도 그들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보았다. 서쪽 하늘은 노을빛으로 천천히 붉어지고 있었고, 그 빛은 아이의 얼굴에도 고스란히 물들어 있었다. 나는 붉어지는 하늘을 한 번 보고, 또 노을을 담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순간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삶의 경이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특별한 날에만 찾아오는 것도 아닌, 오랜 준비 끝에 얻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터벅터벅 모퉁이를 동네를 돌다가 문득 이마에 와닿는 저녁 바람처럼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온다. 여섯 살 아이는 철학을 던져준다. 어른들은 노을을 보면서도 말이 없다. 하늘이 붉어지는 이유는 설명할 수 있지만, 왜 아름다운지는 잊어버린다. 노을은 매일 지는데 익숙함이 경이로움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전거를 멈출 만큼 하늘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짧은 순간 아이는 무엇도 계산하지 않았다. 오직 아름다움 하나에 붙들려 있었다. 어쩌면 행복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잠시 멈추어 바라볼 줄 아는 순간. 노을을 보고 노을이라 말할 수 있는 그 마음. 풀벌레 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해가 순하게 내려앉는 저녁이면 덩달아 순해진다. 순한 풍경은 사람을 순하게 만든다. 학원차에서 내린 어떤 아이가 두 팔을 활짝 벌린 엄마를 향해 달려간다. 아이의 표정에는 세상 모든 기쁨이 담겨 있다. 그 순간만큼은 엄마 말고는 우주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사랑은 먼저 달려가는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안기고 싶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사랑이다. 아이는 그것을 알고 있고 뭇사람들은 자라면서 조금씩 잊어버린다.



어느 철학자는 말했다. "기나긴 별들의 시간보다 하루살이 풀벌레의 시간을 더 좋아한다."라고.

그 말은 수억 년 동안 빛나는 별보다 하루를 살고 사라지는 작은 생명이 왜 더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일까. 나이가 들수록 그 말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다. 별의 그 거대한 시간은 경이롭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루살이는 지금 인간들 주변에 살아 있다. 하루살이는 오늘 태어나 오늘을 다 살아낸다. 풀벌레는 울고, 꽃은 피고, 노을은 오늘도 진다.



사랑스러운 것은 대부분 순간이다. 그래서 더 소중하고 더 아름답다. 우리 동네에는 안양천이 흐른다.

저녁 무렵 강변 길을 걷다 보면 풀숲에서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어떤 날은 작고 희미하게 들리고, 어떤 날은 세상을 가득 채울 만큼 선명하게 들린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작은 생명들이 밤을 맞이하며 부르는 노래가 도시의 자동차 소리보다 더 깊게 마음을 흔든다는 사실.



사람의 마음을 끝내 움직이는 것은 작은 것들이다. 아이의 감탄 한마디. 엄마의 짧은 대답. 노을빛 한 조각.

강변의 바람. 풀숲의 울음. 이름도 모르는 꽃 한 송이. 삶은 사실 작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 행복은 평범한 세상 속에서 특별함을 알아차리는 것인지도.



세상에는 무장해제가 될 만큼 아름다운 순간이 많다. 다만 인간이 너무 바쁘게 시간을 쓸 뿐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아이가 하늘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서는 풀벌레가 자신의 짧은 생을 다해 울고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서는 노을이 조용히 하루를 접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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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소소한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어쩌면 철학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노을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고, 사라지는 순간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 그 마음 하나가 이미 삶을 이해하는 깊은 철학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