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알게 되는 것들
점심 약속이 있어 지인 두 사람과 함께 한정식집에 들어갔다.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비교적 조용한 곳이었다. 창밖으로는 초여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실내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천천히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그런데 식당 한쪽에서 생일잔치가 한창이었다. 스무 살을 갓 넘긴 듯한 젊은 여성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있었다. 박수를 치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생일에는 그럴 수 있다. 누군가의 생일은 얼마나 특별한 날인가. 친구들과 함께 모여 축하받고 마음껏 웃고 떠들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됐다. 젊음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기쁨을 숨기지 않고, 감정을 아끼지 않고, 순간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시절.
그런데 그 흥이 좀처럼 잦아들지가 않았다. 옆자리 손님이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건네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식당 주인을 불러 부탁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웃음은 잠시 잦아들더니만 이내 웃음소리가 또 커졌다. 좀처럼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사람들, 우리 일행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음식 맛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자리를 카페로 옮겼다. 우린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오늘 커피가 맛있겠어요." 한다.
그들이 '참, 젊기는 젊구나' 싶었다. 그 순간을 생각해 보면 누구나 한때 세상을 중심으로 돌려보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들과 만나면 시간이 가는 줄 몰랐고, 웃음소리가 얼마나 큰 것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세상은 넓었고 또 젊었으니까 그때의 기쁨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았다.
젊음은 본래 넘치는 것이다. 에너지가 넘치고 감정이 넘치고 욕망이 넘친다. 그래서 젊음은 때로 아름답고, 때로는 무례하다. 의도적으로 남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기감정이 너무 커서 주변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조금씩 알게 된다. 말이 줄어들고 기다리는 법을 알고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는 법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인생의 후반부로 갈수록 사람은 자기 목소리보다 타인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된다. 나 하나의 기쁨보다 모두의 편안함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욕망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을 알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마음껏 웃고 싶어도 장소를 살피고, 신나게 이야기하고 싶어도 곁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아마도 그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일 것이다.
세상은 혼자 사는 공간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함께 머무는 장소다. 식당도 그렇고 전철에서도 그렇고 공원에서도 그렇다. 내가 누리는 자유만큼 다른 사람의 평온도 존중받아야 한다. 공공장소에서의 예의는 내 기쁨이 타인에게 불편이 되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서는 마음이다.
그날 식당에서 만난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친구들과 밤새 웃고 떠들던 시간이 얼마나 눈부신 시절이었는지.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조용한 식당을 찾으며 편안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지는 날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인생은 그렇게 흘러간다. 시끄러운 웃음은 잦아들고 뜨거운 열정은 차분한 온기로 변한다. 세상을 향해 터뜨리던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여유로 바뀐다.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폭죽이 있어 밤하늘이 아름답고, 여유가 있어서 길을 잃지 않는 이유와 같은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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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식당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지금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계절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 계절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조금 시끄러웠지만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때론 모두가 한때는 시끄러웠고, 누군가의 너그러움 속에서 젊음을 통과해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