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을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
오랜 시간 가까이 지내던 여인이 교직을 그만둔다. 아직 종착역까지는 좀 더 남았는데 그녀는 몇 정거장 앞서 내리겠다고 말한다. 그녀가 교단을 떠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왜 그런 결정을 하지'라는 생각과 좀 더 손익을 따져보면 좋지 않을까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마도 그녀만의 생각이 있는 듯 보였다.
한 사람의 떠남은 그가 머물렀던 시간의 무게를 드러낸다. 누군가 자리를 비웠을 때 그 자리가 얼마나 따뜻했는지 알게 된다. 매일 같은 시간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학생들의 하루를 맞아 주던 사람, 말 못 할 사정을 먼저 헤아리던 사람, 그녀는 학생들의 작은 상처까지 아마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여자지만 그녀를 한 마리 선한 호랑이라 말하고 싶다. 민화 속 호랑이처럼 위엄은 있고 친근하면서도 불의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 따스함을 지닌 사람. 마치 까치와도 친구가 되고 소나무 그늘 아래서 바람과도 이야기를 나눌 것 같은 사람.
그녀는 가슴이 따뜻한 진정한 교사였다. 교사는 지식을 전하는 직업이기 전에 삶의 기본을 가진 사람이다. 칠판에 적힌 공식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한 사람이 보여 준 진심은 오래 남는다. 그녀는 말보다 행동으로 가르쳤고, 약한 학생의 손길 앞에서 침묵하지 않았다.
세상은 대단한 성과를 말한다.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썼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사실 진짜 성취는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녀가 건넨 한마디 위로 때문에 무너지지 않은 학생이 있었을 것이고, 그녀가 믿어 준 덕에 다시 공부하게 된 학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보여 준 양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학생이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그녀를 따뜻하고 정의로운 교사로 기억할 것이다. 누군가는 엄한 선생님으로 누군가는 다정한 어른으로, 또 누군가는 끝내 잊히지 않는 은인으로 기억할 것이다.
이제 그녀는 미련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로 걸어갈 것이다. 흔히 인생은 반듯할 것이라고 여기지만, 삶은 언제나 변수가 있다. 끝이라 여긴 곳에서 시작이 열리고, 내려놓음이라는 순간 또 새로운 길이 나타난다. 부디 그녀의 앞날에 맑은 햇살이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 잘 지나온 날들만큼 잘 다져 온 시간만큼 또 다른 기쁨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몇 정거장 먼저 내린다고 해서 삶의 여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듯이, 그녀는 아마도 내려야 할 역을 아는 사람이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문을 나서는 용기와 익숙함을 뒤로하고 새로운 길을 택하는 것을 보면 역시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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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기 인생의 다음 장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그리고 선한 호랑이는 숲을 떠나도 여전히 숲의 기품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어디에 있든 그 자리는 다시 따뜻해질 것이다. 그녀가 걷는 길목마다 따스한 봄 볕이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