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날 이후로 우리 반 지각생은 사라졌다
아주 오래전 여고 다닐 때는 학교폭력이라는 말이 없었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 아래 많은 것들이 당연한 듯 허용되던 시절이었다. '사랑의 매'라는 말은 그때 하나의 질서였고, 학생들은 이유를 묻기보다 그 흐름에 적응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다. 교문 앞에서부터 시작되던 벌, 사소한 것에 내려지던 체벌에는 이유도 모르고 참고 견디었다.
그런 시간 속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은 그 거친 흐름 속에서도 결이 다른 선생님이셨다. 겸손한 목소리에 말은 조용했고, 무엇보다 학생을 대하는 방식에는 위압이 섞이지 않았다. 그분이 계신 교실에는 긴장 대신 신뢰가 있었고 이해와 부드러움이 함께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신뢰를 깨뜨리는 순간이 있었다. 수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몇몇 여학생의 지각. 선생님의 인내는 이미 여러 번 지각생들에게 기회를 주었고, 그날은 그 마지막 끈이 조용히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교실은 숨을 죽였고,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시험지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시험지를 천천히 말아 쥔 손끝에는 깊은 고민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단 한 번, 종이로 만든 매가 그 친구의 손바닥을 세게 내려쳤다.
그 시간은 익숙하게 알던 '매'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아프지 않았고,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모습은 교실 전체를 울리기에 충분했다. 그때 선생님이 하신 한마디가 있었다. "꽃으로도 때릴 수 없는 소녀에게 이렇게 매를 든 나를 용서하라."고.
그 말은 지각생을 향한 일침이었고 또 선생님 자신을 향한 고백이고, 선생님이 세운 원칙이 선을 넘었다는 자각이었을 것이다. 그날 우리 반 친구들은 처음으로 양심을 가진 참 어른을 보았다. 그리고 그 양심이 얼마나 큰 울림을 주었는지도 함께 배웠다.
그날 이후로 우리 반의 지각생은 사라졌다. 그리고 또 일 년 내내 공부 잘하는 반으로 이름을 올렸다. 강한 처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규칙이 더 엄격해진 것도 아니었다. 단 한 번의 매가 변화를 만들어냈다. 모두가 공감에서 오는 변화였다. 우리 반 친구들은 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선생님의 마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규칙을 지켜내고 더 열심히 공부했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장면은 내게 상징처럼 남아 있다. 진짜 가르침은 힘에서 나오지 않는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과 돌아볼 줄 아는 것에서 나온다. 누군가를 바꾸기 위해 누르는 힘이 아니라, 존중과 인간적인 것을 선생님은 몸으로 보여주셨다.
요즘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매체의 슬롯면을 장식한다. 그리고 제도를 논하고 더 강한 규제를 고민한다. 그러나 어쩌면 놓치고 있는 것은 훨씬 단순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압력이 아니라, 내면의 울림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울림은 언제나 누군가의 진심에서 시작된다는 사실 말이다.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그때 교실이 떠오른다. 종이 한 장의 가벼움과, 그 안에 담겨 있던 무게.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 자신을 먼저 꾸짖을 줄 알았던 참 어른의 뒷모습. 그날 우리 반 친구들은 규범을 배운 것이고 사람의 품격을 배웠다.
꽃으로도 때릴 수 없다는 말은 상대를 향한 존중이고, 관계를 지키려는 온기다. 그리고 그 결심은 교육이 가져야 할 기본의 의미일 것이다.
~~~~~-----==~--ㅁ
시간이 흐르고 슬롯가 변해도, 그날의 가르침은 여전히 낡지 않는다. 어제의 잔상처럼 또렷이 남아있다. 힘이 아닌 마음으로 사람을 움직였던 그 선생님의 방식은, 지금 세상에 조용히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