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나이가 무엇이 중요하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배우는 데는 보통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적 수영하는 방법과 거짓말하는 방법을 함께 배웠다. 초등학생 시절, 엄마를 따라 형과 함께 집 근처 실내 수영장에 갔던 적이 있다.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한기가 느껴지는 통로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파랗고 빨간 부표가 레인 사이에서 통통거렸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습기를 머금고 귓가를 아른거렸고, 발바닥 표면에는 까끌한 타일이 자국을 남겼다. 락스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 오니 수영장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나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강사님의 목소리에 맞춰 세로줄로 섰다. 양팔 간격으로 떨어지라는 말에 재빨리 아이들과 멀어졌다.
준비운동이 끝나고 첫 번째 레일에 있는 곳으로 몸을 담갔다. 초급반 아이들이 사용하는 곳이었고, 가장 낮은 수위이면서 땅에 하얀색 플라스틱 발판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온도도 미지근했던 것 같다. 강사님이 호루라기를 불자,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이 첨벙거리고 말하는 소리가 순간 조용해졌다. 눈꼬리가 뾰족한 검은색 수경을 쓴 강사님은 아이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잠수 시합부터 해볼까 하는데."
강사님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아이들은 긴장한 듯 재밌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나 둘 셋 하고 호루라기 불면 시작이야."
강사님은 시범까지 보여주면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나는 자신이 없었지만 그 사이 커져 버린 승부욕 때문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강사님이 순식간에 셋까지 세고 호루라기를 불자 나는 무릎을 굽혀서 재빠르게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약 20초 즈음 지났을까? 너무 긴장한 나머지 나는 금세 숨을 쉬고 싶었다. 답답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나는 한 번이라도 숨을 쉬고 싶은 마음에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나 물 위에는 강사님을 포함해서 모든 아이들이 잠수 중이었다. 아무도 올라와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바로 아연실색을 했다. 그런데 무슨 마음에서였는지 잠깐만 있다가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와"
이윽고 다시 내가 위로 올라왔을 때, 모두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강사님은 나를 보고 대단하다고 하며 추켜세우고 다 같이 축하해 주라고 말했다. 8살 먹은 어린 아이였던 나는 행여나 당황한 표정이 들킬까 봐 수경을 벗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식은땀이 수영장의 물로 닦여나간다는 사실이 감사했던 것 같다.
사실 진실을 숨기는 행동을 결정한 순간은 딱 2초 남짓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때의 경험으로 박수를 받는 일이 오히려 수치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꼭 그가 나쁘고, 정직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어쩌면 사람이라는 존재는 본능적으로 진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알게 모르게 거짓을 선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뒤늦게서야 모두에게 진실을 말하고 싶었던 나는 이미 때를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참이 지난 뒤에도 응어리로 남아 꿈속에 나타나며 나를 괴롭히기도 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진실을 선택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거짓 대신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냉탕에 빠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한 것이다. 처음엔 주저함이 들고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 진실은 뛰어들어 몸을 담그고 있으면 괜찮아진다. 오히려 짐을 벗은 듯 홀가분해지는 느낌이다. 거짓말을 배운 나를 이제 와서 바카라망하기보다 넘어지는 법을 배우듯 진실을 마주하는 법도 배운 내게 괜찮다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