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노스탤지어

by쿼카의 하루

어렸을 적부터 나는 비행기를 타고 싶어 했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내가 세 살 정도일 때 조부모님과 일가 친가족끼리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나는 비행기 내리자마자 멀미 때문에 당황스럽게도 그만 토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떠올릴 수 있었던 비행 경험은, 막연한 설렘과 기분 좋은 울렁거림, 하늘을 향한 이상하리만치 선명한 동경, 그리고 웅성거리는 객실에서의 부푼 기대였고, 그런 감정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잠시나마 마음은 창공처럼 넓어지는 일이었다.


내 기억 속에 실제로 남아있는 비행기에 대한 경험은 고등학생 2학년 때이다.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갔었는데, 좌석이 다섯 줄 뿐인 경비행기 안에 전교생이 겨우 다 들어갔다. 분위기는 정신없이 시끄러웠고, 당시 신선하게도 청바지 차림을 한 승무원들이 좌석 벨트를 차는 시범을 보일 때까지 웃고 농담 치며 떠들었다. 한 무리의 남고생 아이들은 앞에 앉아 있던 아무개가 탑승할 때 신발을 벗고 타야 한다는 사실을 곧이 곧대로 믿었고, 그렇게 하려고 했다며 아무개의 등 뒤에서 신나게 놀려댔다. 아무개는 항의하는 의미라고 아니라고만 할 뿐 뭐라 궁시렁대거나 변명하지는 못했다.


사춘기였던 나는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를 배경으로 삼아 승무원들의 긴 다리와 옷맵시에 한눈이 팔렸고, 활발한 친구들은 그보다 바깥 풍경과 비행기의 크고 빠른 움직임에 외마디 탄성을 내며 관심을 기울였다. 당시 나는 실제로 약간 조숙하기도 했고,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창문 밖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슬쩍 바라보았고 꽤나 긴장된 채로였다. 이윽고 굉음을 내며 움직이는 바퀴. 그리고 어느새 몸이 붕 뜬 것처럼 가벼워지더니, 동체가 기울어지며 하늘로 떠올랐다.


창문 너머에는 푸른 하늘뿐이었다. 바람을 가르는 새된 소리가 귀에 청량한 감각으로 닿기 시작할 때 안정적인 신호음이 울렸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이륙하여 활공하였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천천히 심장 박동이 울리듯 그 순간 긴장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신기하고 신기하기만 했다. 당시 나는 나 자신과 날 둘러싼 주변이 모두 신기하고 낯설게만 느껴졌으며 그 낯섦이 생각보다 즐거웠다. 학업에 열중하느라 지친 나에게 그렇게 경쾌하고도 즐거운 낯섦은 꽤 오랜만이었다.


당시 비행 경험은 거북이가 부른 대중가요 '비행기'라는 곡을 떠올리게 했다. 노래를 듣다 보면 어렸을 적에 동경하고 상상만 했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때 느끼는 감격과 떨림.


'철없을 적 내 기억 속에 비행기 타고 가요

하늘 위로 훨훨 날아 가겠죠

어려서 꿈 꾸었던 비행기 타고 기다리는 동안 아무말도 못해요

내 생각 말할 순 없어요'


당시 국어 수업시간에 문학 작품을 공부하며 느낄 수 있는 밝고 긍정적인 감정은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 노스탤지어 같은 것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어른들이 살면서 발견한 사랑, 희망 해학 등의 양자택일이었다. 그런데 그 두 가지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건 드물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학이라고 특정하여 배우지는 않았고, 그래서 문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멋진 문학적인 감성을 느꼈었다. 말할 수 없다고 얼버무리듯 끝나는 후렴 부분이 참 좋았다. 여지를 남겨 가수가 느낀 감정이 어떤 감정일 지를 두고두고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런 감정이 비로소 내가 체험한 감정이 될 때, 나는 비행기 안에서 속으로 가사를 곱씹으면서 미소를 띤 채 흥얼거리기도 했다. 나에게 남아있는 비행기에 대한 기억은 그런 것이었다. 비행기하면 걸리버 여행기 속 소인국이나 마법 세계처럼 멀고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이면서도 설레고, 소란스럽고, 경쾌하고, 사랑스럽고, 떨리는 것.


이제는 삼십 대가 되어서 비행기를 타 본적 이 벌써 손에 다 꼽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캄보디아에 두 번, 중국과 태국, 베트남에 한 번, 제주도에는 벌써 여러 번. 나에게만큼은 꿈과 동경 그리고 그것들이 마침내 실현되는 것,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었던 비행기는 이젠 어느새 좁고 높은 곳에서 느끼는 불안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너무 어른이 돼버려서일까 아니면, 세상이 변해서일까? 아무튼 추억으로 남은 비행 경험과 좋은 노래를 꼭 다음 세대들에게도 소중히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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