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이를테면 모든 존재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듯이

by강혁준

녀석을 두고 진정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겠지마는: 흔히들 말하는 사람다운 일은 얼마쯤 하는 녀석이라고 본다. 물론 사람답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기초적인 것들은 아예 못하는 녀석이긴 한데_ 그런 것들을 제외한 나머지의 것들은 얼마쯤은 한다.


어디까지나 내가 했던 것들 중에 따라 할 수 있는 것만 조금씩, 조금씩 따라 해 볼 뿐인 어설픈 모방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간에 녀석을 두고서 진정 사람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마는: 나는 이렇게 바라보며 여기는 중이다. 흔히들 말하는 사람다운 일은 얼마쯤 하는 녀석이라고, 언제부턴가 제멋대로 곁에 살고 있는 녀석처럼 나 또한 제멋대로 녀석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얼마쯤의 모방 중 하나로는

녀석 또한 나처럼 TV를 본다는 것이겠는데_


그렇다고 해서 흔한 사람들처럼, 구태여 비교하자면 나처럼 저 요란스런 TV에 눈을 고정해 둔 채로 제 스스로의 감정을 드러내진 않는다. 그러니까 녀석은 네모난 화면 앞에서 이리저리 표정을 바꿔대질 않는다. 바라보고 있는 화면에서 작정하고 웃음을 노린 듯한 또는 울음을 노린 듯한 장면이 나온대도 그렇다. 네모난 화면 그 안에서 어떤 장면이 나오든 간에 녀석의 표정이 달라지는 일은 딱히 없고, 움직임도 없이 말도 없이 가만가만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꼭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권태로운 고양이와 똑 닮은 느낌으로

얼핏 느긋하게 느릿느릿


언뜻 긴장한 듯이 보이는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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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로운 사랑으로 서툴게나마 오지 않을 당신의 부재를 채워봤다. _ 시선과 버릇(2024)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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