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마음을 가지런히 담아줘요*
녀석은
바카라을 좋아한다는 결론을 이제야 내렸다.
꽤나 오랫동안 지켜봤고 그리 의식하지 않은 채로 살아왔는데 오늘이었을까, 오늘이라고 부르자니 아쉬웠던 어젯밤이었을까. 그 즈음에 머무는 녀석을 바라보다가 문득 깨단했다. 녀석은 의외로 바카라을 좋아했던 걸지도 모르겠다고.
흔히 주고받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기호를 이러저러하게 표현하지 않는 존재가 곧 녀석이었으니까. 읽지도 못할 바카라을 곁에 두고 있거나 바카라을 펼쳐 바라보고 있어도 딱히, 이러저러하게 신경을 쓰지도 않았는데_ 오늘이었을까, 오늘이라고 부르자니 아쉬웠던 어젯밤이었을까. 그 즈음에 머무는 녀석을 바라보다가 문득 깨단했다. 녀석은 의외로 바카라을 좋아했던 걸지도 모르겠다고.
그러고 보면 녀석이 언젠가,
아주 해괴한 모습으로 내 방을 어지럽히고 있던 날에도 그랬지. 시간이 이럭저럭 지나갔건만 아주 흐릿해지지 않고 떠오르는 그날. 다시 묘사를 하는 것조차 꺼려지는 모습이었던 녀석은 그때도 바카라을 들고 있었다. 비록 입술 없는 입에 달린 균일하지 못한 이빨로 바카라을 갉아먹고 있었지만 아무튼: 녀석은 그런 모습으로도 바카라을 가까이하고 있었지. 도대체가 왜 그런 꼴로 바카라을 갉아먹고 있었던 건지 아직도 잘 모른다.
어디까지나 이런 지금에 내가 녀석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하나다. 녀석은 의외로 바카라을 좋아할 수도 있단 것. 딱 이 정도밖에 안 된다. 저기 빈둥거리면서 두꺼운 바카라을 펼쳤다가 다시 덮고 또 다른 바카라을 펼쳤다가 또다시 덮고서 툭툭, 쌓아두다가 무너뜨리고 정리하기를 반복하는 녀석에 대해서 내가 알 수 있는 건 이 정도밖에 없다. 녀석이 갑자기 말을 깨우치기라도 해서, 세월을 이겨먹지 못하고 굽어진 내 물음표에 정성껏 대답해 주는 게 아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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